자도자도 피곤하다면 수면무호흡증 의심 [건강+]

증상과 치료·예방법 / 최근 5년새 환자 70% 가까이 증가 / 비만·잦은 음주·스트레스 등이 원인 / 나이들수록 기도 근육 약해져 악화 / 방치땐 심혈관질환·당뇨 발병 높여 / 정확한 진단위해 수면다원검사 / 자는동안 양압기로 산소 공급 치료

수면무호흡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주간 졸음 등 피로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뇌졸중, 심부전,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까지 생겨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수면장애 치료 전문의가 내원자에게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사용되는 양압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충분한 수면이 건강의 관건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의 바쁜 직장인들은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업무 중 졸음은 당연하고 잠이 깰 정도로 코를 골아도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기 일쑤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방해될 정도로 낮에 졸음이 쏟아지면 일단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깊은 잠을 못 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깨어 있을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잘 때만 무호흡이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는 알기 힘들다. 수면무호흡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피로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뇌졸중, 심부전,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까지 생겨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수면무호흡증의 증상과 치료·예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아무리 자도 피곤하다면 수면무호흡증 의심

평소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코골이가 심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거나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성인의 평소 호흡 폭에 비해 들숨과 날숨의 폭이 90% 이상 감소된 경우를 무호흡이라고 한다. 30~90%만 감소해도 혈중의 산소농도가 감소되거나 수면 중 각성이 동반된다면 저호흡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무호흡이나 저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 나타난다. 낮에 졸리거나, 숨이 막혀 잠에서 깨거나, 동반자에 의해 습관적인 호흡장애가 관찰된다. 나아가 고혈압, 당뇨, 심방세동, 울혈성 심부전, 뇌졸중, 인지 장애 등 합병증이 동반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대체로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한 비만과 고령화로 따른 노인 인구의 증가, 습관적인 잦은 음주와 흡연, 현대인의 스트레스 등이 수면무호흡증의 증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몸무게 증가와 비례해 기도가 좁아지기 때문에 비만도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기도 주위 근육이 약해져 기도가 좁아져 증상이 악화한다.

◆5년 사이 70% 가까이 증가, 남성 환자가 많은 게 특징

수면무호흡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2만6655명에서 2018년 4만5067명으로 5년 사이 약 70% 증가했다. 호르몬 차이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게 특징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불규칙한 호흡이 뇌의 산소공급을 방해하고, 혈중 산소포화도마저 떨어뜨리게 되어 심장의 박동이 증가하고 혈당이 높아지게 되어 다양한 질환의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심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일반인보다 심근경색,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의 발생이 3~4배 이상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박일호 교수도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만병의 근원인 고혈압 발병률이 정상인에 비해 9.7배 높다. 혈압약만으론 고혈압 증상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과 함께 치료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주 잠이 깨다 보니 주간졸림증이 심해지고 불안증, 우울증, 불면증의 빈도도 심해지며 또한 뇌로 가는 혈관이 터지는 뇌졸중 발병도 정상인에 비해 1.6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의 수면무호흡증은 더욱 심각하다.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인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상태에서 분비되는데, 수면무호흡으로 숙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하면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쳐 학습부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양압기를 통해 치료

수면무호흡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장애 진단을 위한 표준검사로, 센서를 부착해 수면 중 뇌파·호흡·산소포화도·심전도·움직임 등의 다양한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검사다. 이를 통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의 증세를 객관적으로 감별해 중등도 이상의 증상과 합병증이 있는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대부분 구조적 문제보다는 대부분 잠잘 때만 기도가 막히는 기능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보다는 양압기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양압기 치료는 잘 때 착용하는 장치로, 자는 동안 공기를 인위적으로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소된 산소농도를 정상으로 회복시켜 코골이 등을 방지하여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수면학회도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첫 번째 방법으로 양압기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양압기 치료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양압기 치료를 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의 생활 속 실천법으로는 체중 감량과 금주, 금연이 권장된다. 비만도가 높을수록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체중지수(BMI) 관리가 필요하다. 술은 점막에 부종이 발생하고 점액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기도가 막히기 쉬우며 담배도 상기도 점막에 염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