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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현지 한국 유학생 “식량 없어져가고 기숙사 전기 끊길 판…혼란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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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28 17:25:15 수정 : 2020-02-06 11: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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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지인 우한을 찾아 환자를 위문하고 있다. 중국 정부망 제공


이른바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는 봉쇄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대학생들의 전언이 속속 전달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28일 현지 유학생 이유리씨의 르포 기사를 통해 후베이성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우한대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23일 도시봉쇄 직전 우한을 빠져나와 현재 후베이성 인근 도시 어저우로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이씨는 “도시 봉쇄 하루 전인 22일 우한 도심 한복판인 한커우를 방문했을 때 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며 “원래 오가는 시민들로 가득 찼던 거리였다”고 전했다.

 

이어 “한커우역은 우한 폐렴의 확산이 가장 심한 곳으로, 간간이 보이는 이들은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했다”며 ”거리에 사람이 없어 식당과 술집, 상가도 모두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안타까운 사연도 전했다.

 

이씨는 “한커우에서 일하는 한 교민 언니는 오후 4시쯤 도시를 뜨기 위해 택시를 불렀으나, 이미 도시가 봉쇄돼 나갈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결국 그 언니는 아직도 한커우의 숙소에 갇혀 있다”고 했다.

 

아울러 “4년 전 우한에 온 뒤 이런 혼란은 처음 겪는다”며 ”우한대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은 전염병이 주는 공포에 떨면서 나가지도 못한 채 꽁꽁 묶여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학교 측에서 ‘곧 전기가 끊길 수 있다. 그 전에 충전을 많이 해두라’고 공지했다”며 “기숙사가 전기난방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태가 길어져 전기가 끊기면 추운 겨울 벌벌 떨며 지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자 부족도 문제”라며 “미리 물과 음식을 사재기해둔 이들은 운이 좋은 축에 속한다”고 했다.

 

더불어 “대형 마트는 사재기하는 이들로 줄이 너무 길어서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학교 주변 식당은 하나도 남김없이 문을 닫았고, 배달 음식도, 택배도 받을 수 없다”고 현지의 비참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친구들의 사정을 전하면서 “기숙사에서 라면만 먹고 있다”며 “학교는 원래 2월17일이던 개강일을 3월로 미뤘고, 26일엔 개강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공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주요 기차역인 한커우역. 이곳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다. 우한=연합뉴스

 

그는 우한에 유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이 체류 중이라고 알렸다.

 

이씨는 “내 경우엔 감염병 확산이 가장 강력한 우한에서 운 좋게 벗어났으나, 봉쇄되기 전 미처 철수하지 못한 이들은 갑갑함을 호소 중”이라며 “결혼한 지 3개월 된 시점에 출장 왔다가 호텔에서 꼼짝도 못 하는 사람, 자녀들만 한국에 둔 채 혼자 갇혀 있는 사람, 기차표를 다 사두고 기차역까지 갔는데 눈앞에서 기차 운행이 중단돼 돌아와야 했던 사람 등 모두 애처롭다”고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불안감이 커지자 우한 총영사관에서 교민 500여명을 귀국시킬 전세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렇게 된다 해도 우한 톈허 공항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한 현지 상황에 대해서 ‘혼란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우한 시민들은 감염 걱정으로 해산물과 육류를 먹지 않고 있다”며 “도시가 봉쇄되며 외부에서 식재료도 유입될 수 없다”고 딱한 사정을 전했다.

 

계속해 “수요가 몰려 채소값도, 배추값도 금값”이라며 “시장에 가보니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채소를 사재기하고 있었다”고 알렸다.

 

이와 함게 “시장이나 대형 마트는 되레 채소를 쟁여놓고 매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얼마나 더 가격이 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한의 폐렴 예방통제지휘부는 지난 23일 오전 10시를 기해 시를 봉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내 버스와 지하철, 선박, 기차, 항공기 등 교통수단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

 

주우한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현재 현지에 남은 한국인은 500명 정도다. 평소 1000명이 넘는 것에 비교할 때 봉쇄 직전 상당수 교민이 우한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잎서 지난 24일 우한시에 대해 여행경보 2단계인 ‘자제’를 발령했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당일 기준 우한 내 확진자는 618명이며 40명이 퇴원했고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2209명의 의심환자가 치료 중이며 이 가운데 45%가량은 확진환자로 분류될 수 있어 1000명 정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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