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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배관 막음장치 없어… 폭발 원인 가능성 [동해 펜션 사고 일가족 6명 사망]

입력 : 2020-01-28 06:00:00 수정 : 2020-01-28 07: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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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자매 부부 등 묵었다 참변 / 객실 LP가스 철거 인덕션 공사 / 밸브공사 제대로 안 돼 누출된 듯 / “휴대용 버너 켜자 연쇄폭발 추정” / 警, 건축주·시공작업자 등 조사 / 해남선 화재… 泰노동자 3명 숨져
사고 현장 합동감식 일가 친척 7명을 포함해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한 다가구주택(토바펜션) 가스폭발 사고 현장에서 26일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설날인 지난 25일 강원 동해시 한 펜션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나 일가족 6명이 숨지고 횟집 손님 등 3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번 사고는 펜션이 불법 숙박업소인 데다 소방당국 등의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총체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동해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는 25일 오후 7시46분쯤 동해시 묵호진동 한 펜션 2층 객실에서 발생했으며 숨진 이모(70·여)씨 등 6명과 화상을 입은 홍모(66·여)씨는 자매 부부, 사촌 등 가족 관계로 같은 객실에 머무르다 피해를 당했다.

1남 5녀, 6남매인 일가족은 최근 아들을 잃고 실의에 잠긴 셋째(58·여)를 위로하기 위해 설 연휴를 맞아 가족 모임을 하다가 참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첫째(70·여)와 남편(76), 넷째(55·여)와 남편(55), 둘째(66·여), 셋째 등 6명이 모두 숨졌다. 전신 화상을 입은 사촌(66·여)은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셋째는 최근 아들이 동남아에서 지병으로 숨진 뒤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조울증 등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우애가 돈독했던 자매들은 셋째를 위해 이번 모임을 주선했다.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6남매는 평소 자주 교류하는 등 남다른 우애를 보였다. 설 차례를 위해 집에 남은 큰오빠와 모임에 조금 늦게 합류하기로 한 막냇동생만 화를 면했다.

막냇동생의 남편 김모(53)씨는 “한 시간 정도 후에 아내와 함께 합류하기로 했었다”며 “나도 1시간만 일찍 도착했어도 어떻게 됐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 일가족은 자매 중 1명이 사는 동해시를 찾아 저녁으로 횟집이 있는 펜션에서 대게와 회 등 수산물을 먹다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강원 동해경찰서는 이날 “건축주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조사하고 있으며 전날 실시한 합동 감식과정에서 가스 배관의 막음 장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은 무등록 영업한 다가구주택에서 휴대용 가스 버너를 이용해 게 요리를 하던 중 폭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 25일 강원도 동해시 다가구주택 가스폭발 현장의 모습. 당시 폭발과 화재의 여파로 객실 내부가 새카맣게 변해있다. 빨간색 동그라미 안이 조리시설을 인덕션으로 교체 후 남아있던 LPG 배관이지만 마감 플러그는 보이지 않는다. 뉴스1

사고가 난 펜션 객실 8곳 중 6곳은 인덕션으로 교체됐고, 나머지 2곳은 가스레인지 시설이 남아 있는 것을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은 기존 가스레인지 시설을 철거하고 인덕션을 새롭게 설치하는 과정에서 객실 내 가스 배관 중간밸브 부분의 막음 장치를 부실하게 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가스레인지 철거 시 액화석유(LP)가스 중간공급업자가 배관 마감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해당 작업자를 상대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LP가스 밸브를 완벽히 봉인해 가스누출을 없게 해야 하지만 막음 장치가 제대로 안 돼 LP가스가 누출됐고, 어느 순간 휴대용 가스버너로 추정되는 발화원의 점화로 연쇄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27일 경찰차 경광등 너머로 설날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일가족 5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 토바펜션이 보인다. 동해=연합뉴스

이 펜션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된 뒤 19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했고,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했지만 관할 자치단체인 동해시에는 펜션 영업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11월 4일 ‘화재 안전 특별조사’ 때 이 건물의 2층 다가구주택 부분이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는 것을 확인하고 내부 점검을 시도했으나 건축주가 거부해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소방당국은 지난해 12월 9일 동해시에 이 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했지만 불법 펜션 영업은 적발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LP가스 밸브 막음 처리와 인덕션 교체 작업 등 여러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과 사망자 부검 결과 등이 나오는 대로 관련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망자 부검을 마치는 대로 28일쯤 합동 장례식을 치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태국인 노동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전남 해남군 현산면 주택에서 경찰 과학수사 요원과 형사가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또 지난 25일 오후 3시37분쯤 전남 해남군 현산면 외국인 노동자 숙소인 한 주택에서 불이 나 김 가공공장에 취업한 태국인 불법체류자 3명이 숨졌다.

한편 올해 설 연휴 기간에는 지난해보다 가정폭력 신고 및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가정폭력으로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880건으로 지난해(1075건)보다 약 18% 줄어들었다. 연휴 기간 발생한 교통사고도 207건으로 지난해(273건)보다 66건 줄었다.

이번 설 연휴에는 서울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차량 5대의 타이어가 연이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연말연시 서울과 부산, 인천 등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6건의 금은방 절도사건을 각각 수사해 피의자 1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박연직 선임기자·이강진 기자, 해남=한승하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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