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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보조원·여 사무원 정년은 25세로"... 36년 전 열악했던 노동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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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02 16:36:16 수정 : 2020-01-02 16: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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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직 여자직원의 정년을 25세로 정한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제5조(균등 처우) 위반임.”

 

전두환 군사정권 때인 1984년 2월 말 정부 부처에서 산하 관련 청에 하달한 ‘여자근로자 정년과 관련한 업무지시’ 공문이다.

 

앞서 서울의 한 종교단체 산하 병원은 같은 해 1월 말 사규 인사규정을 들어 간호보조원 3명과 수납담당 2명, 진찰권 발급담당 1명 등 여직원 6명에 대한 사직원 제출을 통보했다.

 

병원 측은 해고 사유로 ‘1∼3급(계장급 이상)은 60세, 4∼7급(간호원, 일반남자)은 55세, 기타(간호보조원, 여자사무원, 배식원)는 25세’라는 1976년 제정 사규를 들었다.

 

인사규정이 해당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된 것도 아니었다. 병원 사규대로라면 1984년 1월 정년퇴직자는 모두 9명이었다. 

하지만 원장 부속실 직원과 의무 기록사, 물품관리담당은 구제됐다. 병원 측은 “원장이 필요로 하는 자는 예외로 한다”는 사규 규정을 들어 이들 3명에 대한 ‘퇴직 종용’을 유보했다.

 

이에 당시 노동 관련 부처는 담당 사무소에 일단 “근로자 정년은 원칙적으로 남녀의 구별을 둘 수 없다”면서도 “노동의 질이나 강도에 따라 사회통념상 인정될 만한 정도의 정년 차이는 무방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정년으로 퇴직조치한 근로자 6명에 대하여 즉시 복직토록 조치하고 사업주를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의법 조치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또 “여자근로자의 정년 연령을 객관적으로 인정될 만한 사유 없이 남자 근로자와 지나치게 차이를 두는 일이 없도록 사업장 지도 감독에 철저를 기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남녀 차별과 직급의 구분, 노동 강도의 해석에 관한 여러 함의를 담고 있는 이번 문건은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최근 발간한 ‘주요 정책기록 해설집(노동)’에 수록된 일부 내용이다.

해설집은 1948년 정부 수립부터 1987년 민주화 운동 직전까지의 정부 노동정책을 보여주는 기록들을 담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현장의 반응과 노동자들의 집단 대응을 보여주는 기록들도 소개돼 있다.

 

해설집은 크게 ‘해제편’과 ‘자료편’ 2권으로 구성돼 있다. 해제편에선 총 90건의 기록물에 대한 시대·정치적 배경과 의미, 정책결정 과정의 맥락 등을 설명하고 있다. 

 

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자료편이다. 1984년 ‘여자근로자 정년과 관련한 업무지시’ 이외에 ‘대한방직노동쟁의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1954년), ‘대독일 노동력 협력에 관한 탄광근로자 출가사업’(1964년),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에 대한 문제’(1978년) 등에 관한 기록물 37건이 원문 형태로 실려 있다. 분야별 주요 정책기록 해설집은 국가기록원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전태일 열사 분신(1974년 11월13일) 50주년을 맞이해 노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장 기록들”이라며 “앞으로도 기록원이 보존하고  있는 의미 있는 기록을 지속적으로 찾아 ‘주요 정책기록 해설집’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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