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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사에 정치권 '들썩'… '민생 사면' vs '촛불 청구서'

입력 : 2019-12-31 06:00:00 수정 : 2019-12-31 07: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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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세 번째… 5174명 대상 / 한명숙·이석기는 명단서 빠져
정부는 2020년 신년을 맞아 이광재·곽노현·한상균 등을 비롯한 일반 형사범과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 선거 사범 등 5천174명을 오는 31일 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왼쪽부터 특별사면 받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 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정치인, 노동계 인사 등 5000여명을 특별 사면한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여권 인사 다수가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제외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총선용 사면’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일반 형사범, 종교적 병역거부 사범, 선거 사범 등 5174명을 31일 자로 특별 사면 및 감형, 복권 조치한다고 30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6444명), 올해 2월(4378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전 지사는 2011년 1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받아 지사직을 잃었다. 그는 2015년 4월에도 저축은행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았다. 곽 전 교육감은 2012년 9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고 당선 무효가 됐다.

사면 발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치인, 일반형사범, 선거사범 등 5174명에 대한 2020년 신년 특별사면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야권 인사로는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과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이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각각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법무부는 “부패 범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사범 중 장기간 공무담임권 등 권리가 제한됐던 소수의 정치인을 복권했다”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2015년 불법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은 한 전 위원장이 사면받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아울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국가보안법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인 이 전 의원도 사면받지 못했다.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들도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밀양송전탑 공사 관련 사범(8명)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관련 사범(2명), 세월호 집회 관련 사범(1명), 사드 배치 관련 사범(7명) 등 18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소통과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여·야 정치적 입장에 따른 차등 없이 엄격하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 사면함으로써 공정하고 균형 있는 사면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머리에 온통 선거만 있는 대통령의 ‘코드사면’, ‘선거사면’”이라며 “국민과 나라의 안위는 없고 오로지 정권만 챙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 이 정권의 행태를 국민들께서 반드시 심판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고려 없었다지만… 야권 “촛불청구서 결제” 십자포화

 

청와대는 30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이 포함된 특별사면 명분으로 ‘민생사면’과 ‘국민통합’을 내세웠다. 하지만 야당은 “서민 부담 경감은 허울일 뿐 선거를 앞둔 ‘내 편 챙기기’, ‘촛불청구서에 대한 결제’가 특사의 본질”(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이라고 반발했다. 청와대는 이 전 지사 사면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의 금품수수 액수를 축소했다가 정정해 청와대발 ‘가짜뉴스’ 논란까지 자초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서민 부담을 줄여주는 민생 사면이자 국민 대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사면”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적 신앙에 따른 병역거부자, 정치 관련 선거사범·정치인, 한상균 전 위원장 등 노동계도 큰 틀에서 포함됐다”며 “7대 사회갈등 사범도 포함되는 등 이런 것들이 국민대통합·사회통합을 지향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맞으면서 국민 화합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사면의 의의를 전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이 전 지사와 한 전 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사면된 데에 대해 ‘총선용’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전 지사는 원래 피선거권 박탈로 2021년까지 선거에 나올 수 없었지만 이번 사면으로 이런 제한이 풀렸다. 당장 정치권에선 이 전 지사의 총선 출마설이 나왔다. 곽 전 교육감과 한 전 위원장의 사면도 각각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에 대한 호소의 의미가 있다고 야권은 분석했다.

이광재·곽노현·한상균 사면·복권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취임 이후 세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왼쪽사진부터 이번 사면에 포함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뉴스1

‘총선’을 기조로 잡다 보니 청와대가 스스로의 원칙을 허물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전 지사에 대해 청와대는 2017년 사면 때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어서 명단에서 배제했다”고 불가 판정을 내렸는데, 이번엔 “(대가성이 없는 돈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일 뿐이지) 5대 중대 부패범죄 중 하나인 뇌물에 해당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 ‘사면제한’ 기준이 과거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선거사범은 동종선거에서 두 차례 불이익을 받았던 사람을 이번에 사면 대상으로 했다”며 “그 전의 선거사범 사면은 2010년에 있는데 그때는 1회 이상 불이익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것을 감안하면 훨씬 강화된 원칙을 이번에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형평성과 통합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이 전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수액을 축소해 설명한 것도 논란을 샀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지사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7만5000달러,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2만달러를 받았는데 부패범죄가 아닌가’라는 취지의 기자질문에 “(이 전 지사는) 박 전 회장에게서 2만5000달러를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박 전 회장에게서 7만5000달러, 정 전 회장에게선 2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

정치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뺀 모든 정당이 “선거용 사면”이라고 성토했다. 한국당 전 대변인은 “민생은 도탄에 빠뜨려 놓고 국회에서는 공수처법을 날치기로 밀어붙이면서 대통령은 코드 사면, 국민 분열 사면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강신업 대변인,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각각 “총선을 앞둔 자기 식구 챙기기”, “국민정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거들었다. 정의당도 “선거사범과 정치인에 대해 사면이 적절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유상진 대변인)이라고 꼬집었다.

 

배민영·곽은산·박현준·최형창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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