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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家) ‘남매의 난’ 본격화… 모친 이명희 행보에 경영권 향배

입력 : 2019-12-24 06:00:00 수정 : 2019-12-23 22: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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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조원태, 선친 유훈 달리 경영"… 한진 오너 일가 본격 균열 /2020년 3월 주총 앞두고 갈등 불거져 / 조양호 “사이좋게…” 유언 남긴 후 / 8개월 만에 오너 일가 본격 균열 / 법률대리인 통해 경영 복귀 표명 / 누구도 안정적 지분 확보 못해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행보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조 회장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지와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그룹 경영에서 사실상 밀려난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 측도 선친 유지보다는 기업가치 제고가 먼저라며 회사 경영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맞섰다. 한진가(家) ‘남매의 난’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23일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입장자료를 내고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조 대표이사가) 상속인들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자료에서 조 회장을 ‘대표이사’라고만 칭했을 뿐 회장이라고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 조 회장을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입장자료는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한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은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고 “조 전 회장 작고 이후 그룹 경영진과 임직원은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조 전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중요한 시점에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한진칼은 전 거래일 대비 20.00% 급등한 채 마감했다. 한진(7.89%), 대한항공(4.68%), 진에어(4.11%) 등도 모두 강세를 보였다.

 

우선주인 한진칼우와 대한항공우는 각각 상한가로 마감했다.

 

◆경영배제 이후 불만 폭발… 지분싸움 예고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가족이 협력해 사이좋게 회사를 이끌라”는 유언을 남기고 작고한 지 8개월 만에 한진가(家)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시작됐다.

 

23일 조 전 회장의 큰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매섭게 공개 비난하며 사실상의 ‘공동 경영’체제를 요구했다. 재계에선 아직 누구도 대주주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한진가 3남매의 다툼을 우려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침 이날 한진칼 경영권을 노리는 KCGI(강성부 펀드)가 지분을 기존 15.98%에서 17.29%로 늘렸다고 공시해 묘한 파장을 불렀다. 한진칼 주주총회는 내년 3월 열릴 예정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뉴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낸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에서 한진그룹에 대한 ‘공동 경영’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법무법인은 “선대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하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님 작고 이후 가족 간에 화합하여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주식회사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이후 이렇다 할 보직을 다시 갖지 못했다. 지난해 3월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돌아왔지만 막냇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갑질’ 논란으로 한 달 만에 다시 물러났다. 그간 조 전 부사장을 제약했던 법적 문제가 거의 일단락된 것을 계기로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단순한 복귀를 넘어 아예 공동 경영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날 입장문에서 법률대리인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한 내용이 주목된다. 조 회장 측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KCGI를 포함한 외부 주요 주주와도 합세할 수 있다는 일종의 압박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조 회장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다. 이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등의 우호지분은 총 28.94%다. 미국 델타항공 지분 10%와 반도건설 계열사 지분 6.28%는 조 회장 쪽으로 분류된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율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1대 주주인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손을 잡으면 지분율이 23.78%까지 올라선다. 반면 기존 한진그룹 우호지분 28.94%는 22.45%로 떨어진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KCGI와 조 전 부사장의 합종연횡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합세해 봐야 경영권은 월등히 많은 지분을 가진 KCGI에게 넘어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3남매의 모친인 이 고문이 해결의 열쇠를 쥐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줄 수도 있는데 동생과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의 지분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3남매 중 누가 어머니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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