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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시진핑과 한반도 상황 공유… ‘연말시한’ 돌파구 모색 [韓·中 정상회담]

입력 : 2019-12-24 06:00:00 수정 : 2019-12-23 22: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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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무슨 얘기 나눴나 / 文, 中이 北 설득 유일한 창구 판단 / “北 비핵화 中 역할 중요” 치켜세워 / 시진핑 내년 방한 문제에도 공들여 / 성사 땐 中 한한령 해소 신호탄 기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23일 방중 첫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미국을 향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미 압박을 위한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막을 유일한 카드는 시 주석뿐이라는 취지에서다.

◆문 대통령, 시 주석에게 北 설득 요청한 듯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시 주석을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을 요구받았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 북한과의 직접 소통 채널마저 가동이 안 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제8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한 중국 방문은 문 대통령에게 기회로 다가온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이 직접 김 위원장 설득에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22분 더 길어졌고 이어진 오찬에서도 한반도 평화 문제가 주된 이슈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지난 17일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이 거론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 이야기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대화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또 “이 결의안에 대해서 저희(정부)도 주목하고 있고 현재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시점에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하고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첫 공식 입장 표명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어떤 입장을 전했는지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의 연장선에서 중국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의 도로·철도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대륙에서 스칸디나비아까지 육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싱가포르 합의사항이 북·미 간에 동시적·병행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저희도 같이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하에 이 북·미 대화가 실질적으로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중국은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동력을 불어넣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겐 힘이 될 수 있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시 주석 “방한 적극 검토”

문 대통령은 지난 G20 정상회의 회담 때에 이어 이번에도 시 주석에게 한국 방문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시 주석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상호 신뢰를 확인했다. 맹자의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 하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한·중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과거에도 중국의 고사와 명언으로 정상회담의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곤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여러 번 중국에 왔는데 올 때마다 상전벽해와 같은 중국의 발전상에 놀란다”며 “중국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시 주석의 리더십과 중국 국민의 성취에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꿈이 한국에 기회가 되듯이 한국의 꿈 역시 중국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시 주석 초청을 위한 찬사로 비친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시 주석은 방한한 바 없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때문이다. 시 주석 방한이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풀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 주석은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을 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며 “나는 (문) 대통령과 함께 양자 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중·한 양국은 아시아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는 나라”라며 “우리는 양자 관계가 보다 더 좋은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실현하고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방한 여부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회담한 후 청두로 이동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한 후 저녁 만찬에 참석했다.

 

베이징=김달중 기자, 이우승 특파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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