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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SDSN 매년 행복순위 발표 / 올 10대경제대국 상위권에 없어 / 한국 54위… 핀란드 2년 연속 1위 / 부가 행복의 척도 아니라는 증거

어느 시대, 어떤 사회를 불문하고 추구되는 인류의 가장 보편적이고 영원한 주제가 무엇일까. 그것은 ‘행복’이 아닐까. 인간이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행복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들 ‘행복 전쟁’을 벌인다. 가난, 질병, 실업, 전쟁 등이 행복의 ‘적’이라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삶의 질을 경제력, 즉 소득이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현대에 이르러 많은 사람이 웰빙, 정신 또는 마음 챙김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행복이 물질적인 것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심리학에서도 과거처럼 내담자 또는 치료가 요구되는 환자의 불행, 외상 등에 대한 병리학적 접근이나 처방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긍정적 삶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소위 ‘긍정의 심리학’이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

박치완 한국외대 교수 문화콘텐츠학

긍정의 심리학에서는 죽음, 분노, 슬픔, 절망, 불행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의 사용은 부정적인 감정을 쌓이게 하므로 되도록 피하고 사랑, 기쁨, 희망, 만족, 감사와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행복의 길로 전환시키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삶의 질을 소득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듯, 행복도 긍정적인 감정을 갖거나 긍정적 단어를 사용한다고 자동적으로 뒤따라오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긍정적 사고를 하라”는 것은 마치 “아침형 인간이 되라”는 말처럼 사람들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사상가인 폴 라파르그가 말한 ‘게으를 권리’가 그 단적인 반증이다.

가혹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행복한 사람을 우리는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돼지처럼 행복하게 무지한 것보다 불행하더라도 진리를 선택한 소크라테스를 존경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돈이 많은 사업가보다 가난한 예술가가 삶의 만족도가 더 높고, 스스로도 ‘행복하다’고 설문조사에 응답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국내외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는 바다. 소득과 삶의 만족도, 즉 행복은 상당한 비례관계에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행복의 일반적 법칙을 유도할 만큼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에 대해서 물으면 사람들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자신의 사회적 경력 및 활동, 부나 물질적 성취 또는 즐거운 경험이나 현재의 기분 상태 등으로 물음의 본질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묻게 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가라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행복을 계량화하는 것에 대해 미온적이지 않은 듯하다. 행복의 과학, 행복의 경제학, 행복산업 등이 자신의 행복을 측정받고 싶은 사람을 위해 생겨난 신학문이고 산업분야가 아니겠는가.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매년 156개국의 행복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2019년의 경우 10대 경제강국 중 행복 순위 안에 든 나라가 한 나라도 없다. 대한민국은 54위이며, 핀란드는 2년 연속 1위이다. G2인 미국은 19위, 중국은 93위다. 동 보고서에서는 ‘경제적 부가 행복의 유일한 척도는 아니’라고 천명하고 있다.

행복을 계량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지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뭘까.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다른 지표에서는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가 궁금해서일 것이다. 토머스 제퍼슨 미 대통령은 “인간의 삶과 행복을 돌보는 것은 훌륭한 정부의 유일한 합법적인 목표”라고 했다. 그 어느 해보다도 정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2019년 세밑이다. 국민의 행복에 대해 고뇌하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이 대한민국의 공공의 행복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진 그런 후보자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경자년(更子年)이 됐으면 한다.

 

박치완 한국외대 교수 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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