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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모욕죄 두고…형량 상향 vs 폐지 의견 갈리는 이유

입력 : 2019-12-11 15:30:00 수정 : 2019-12-11 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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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구하라 등 사례 들어 '모욕죄 형량 상향' 외치는데… / 반대편에선 '정치인 비판 위축' 이유로 모욕죄 폐지 주장

 

“현재 악성 댓글(악플)은 대개 모욕죄로 처벌하고 있는데 형법상 모욕죄 형량이 너무 낮으니 이를 대폭 올려야 한다.”

 

“모욕죄 고소 남발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위축될 수 있으므로 근본적으로 모욕죄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 가수 겸 방송인 구하라 등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형법상 모욕죄의 형량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검경 등 수사기관 실무상 악플을 단 행위는 거의 대부분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를 적용,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치인, 고위 관료, 대기업 임원 등 이른바 ‘공인’ 관련 기사에 악플을 단 행위도 똑같은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는 판국에 모욕죄 형량 강화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들은 아예 모욕죄 폐지를 외치고 있다.

 

◆모욕죄 강화론 : "형량 낮아 악플러들이 경각심 못 느껴"

 

11일 국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최근 모욕죄 처벌 수위를 대폭 올리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악플을 단 행위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 징역 1년이고 사안에 따라선 200만원 이하, 그러니까 몇십만원을 벌금으로 내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개정안은 모욕죄의 처벌 기준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징역 1년인 법정 최고형을 무려 5배나 긴 징역 5년으로 올렸다. 지금은 벌금 상한액이 200만원인데 그 또한 무려 25배나 많은 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들은 “악플은 대부분 모욕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소·고발의 노력과 비용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 예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란 입장이다. 이들은 설리, 구하라 등 안타까운 사례들을 강조하며 “모욕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여 법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학계에서도 악플의 폐해 근절을 위해 모욕죄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처벌의 확실성”이라며 “악플을 달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생겨야 악플을 근절한다”고 말했다.

 

◆모욕죄 폐지론 : "유력 정치인 등 공인 비판 위축될 우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모욕죄 폐지’라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이던 지난 6월 자신에 관한 언론 기사에 악플을 단 누리꾼 170여명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나 의원측이 문제를 제기한 악플은 그를 대뜸 ‘친일파’로 규정하고 조롱하거나 욕설을 퍼부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의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름을 합친 ‘나베’란 표현이 대표적이다. 악플 중에는 나 의원을 심지어 ‘발암물질’이라고 부른 것도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이들은 검경 수사를 거치며 대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서 “피해자(나 의원)의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피해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에 해당한다고 볼 순 없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를 당한 누리꾼들한테 법률지원을 제공한 사단법인 오픈넷은 불기소 처분을 환영하는 논평을 내고 현행 모욕죄의 폐지를 주장했다. 오픈넷은 “일반 국민이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정치인을 정제되지 않은 다소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며 비난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 기소 및 형사처벌이 이뤄진다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정치인과 공인들이 모욕죄 고소를 남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행태가 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모욕죄의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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