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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승천하던 淸 개국 초 화려한 황실 유산에 매료되다

입력 : 2019-12-11 06:00:00 수정 : 2019-12-10 20: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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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심양 고궁 특별전’ / 국가1급 문물 13점 포함 총 120점 전시 / 누르하치·홍타이지 칼 두자루 인상적 / 전성기 이끈 건륭제 갑옷도 시선 끌어 / 호화로운 장식의 황제 황룡포 ‘압권’ / 법랑기는 고급 공예품의 극치 보여줘
황제의 집무실에 놓였던 코끼리 모양의 법랑기.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여진으로 불리며 명나라와 조선에 ‘오랑캐’로 멸시받던 만주족이 ‘대금’(大金)을 자칭하며 동북아의 강자로 부상한 것은 17세기 초반이었다. 창업주인 누르하치를 이은 홍타이지가 1636년 국호를 ‘청’(淸)으로 바꾸면서 18세기 세계 최강국의 번영을 누리는 토대가 마련됐다. 심양은 이 무렵 청나라의 근거지였다. 첫 수도로서 지금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궁궐이 조성되었고, ‘만주족의 영광’을 시작한 누르하치, 홍타이지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당시 청나라 황실의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들을 심양고궁박물원에서 빌려와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을 10일 개막했다.

우리나라의 국보에 해당하는 ‘국가1급문물’ 13점을 포함한 120점의 전시품은 개국 초기 청나라의 기세를 증언하는 한편, 가장 귀한 존재인 황제를 비롯한 황실 구성원들이 누렸던 화려한 문화를 보여준다.

만주족을 이끌며 중국 청나라의 역사를 연 누르하치의 칼. 누르하치의 칼은 중국 명나라가 외교용으로 전한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개국 초기의 기세 보여주는 황제의 칼

전시회는 황제들이 직접 사용했던 물건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누르하치와 홍타이지의 칼 두 자루가 인상적이다. 둘 다 국가1급문물로 지정되어 있다.

누르하치의 칼은 명나라 황실에서 1595년 누르하치를 ‘용호장군’으로 임명할 때 전달한 것이다. 동으로 만든 꽃 모양의 손잡이 끝장식에다 옥토끼와 구름 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외교용인 누르하치의 칼이 정제되고 차분한 느낌이라면, 홍타이지의 칼은 전장을 누비며 명나라와 조선을 압박해 동북아 최강국의 기반을 다져간 개국 초기의 거친 기세가 완연해 대조적이다. 홍타이지가 지존의 자리에 오른 1627년경에 제작된 것이라 이 칼로 직접 적을 상대하지는 않았겠으나 전장에서 사용하였던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은 “오늘날 홍타이지의 것으로 전해지는 소량의 유물 중 하나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며 “칼집에 달린 흰 가죽에 만주 문자와 한자로 ‘태종문황제(홍타이지)의 어용 요도 한 자루가 성경(盛京·심양의 다른 명칭)에서 귀중히 보관되어 오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홍타이지의 칼. 홍타이지의 것은 그가 전장에서 사용한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청나라의 최전성기를 이끈 건륭제의 갑옷도 출품됐다. 건륭제 때는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기고 한참이 지났지만 후대의 황제들은 심양을 방문해 조상의 무덤에 제사를 지내고, 심양의 궁궐을 지속적으로 보수·증축하면서 자신의 정통성을 과시했다. 이들이 가지고 온 의장물, 장식품, 악기, 의복 등의 다양한 유물이 지금까지 심양에 전한다.

건륭제의 갑옷은 군대를 사열할 때 입었던 것으로 황제의 색깔인 황색 비단을 사용했다. 베이징고궁박물원에는 서양 화가가 이 갑옷을 입고 말을 탄 건륭제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소장되어 있다.

황제가 입었던 ‘황룡포’ 역시 국가1급문물로 지정된 유물이다. 아홉 마리의 용과 황제의 권위, 미덕을 상징하는 ‘십이장문’(十二章文)이 장식되어 있다. 황제의 예복을 장식한 문양인 십이장문은 해·달·별·산 등을 말하는데 지식, 절개, 덕 등의 통치 이념을 상징한다.

청나라 황제가 입었던 황룡포에는 통치이념을 상징하는 ‘십이장문’이 새겨져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법랑기, “황실의 전유물이자 고급 공예품”

황제를 비롯한 황실 구성원들이 머물렀던 공간은 그들의 신분만큼이나 화려한 물건들로 채워졌다. 전시품 중에 이런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법랑기’다. 박물관은 법랑기에 대해 “궁중공예품 중에서도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장식 효과로 인해 궁궐 실내에 진열되는 중요한 기물이었고,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기술 난도도 상당히 높았다”며 “금속법랑기와 법랑자기는 황제의 열렬한 관심 속에서 탄생한 황실의 전유물이자 고급 공예품”이라고 소개했다. 법랑은 금속 표면에 석영, 장석 등으로 만든 다양한 법랑유를 입혀 구워내는 기법이다.

‘겹사법랑 코끼리 받침 보병’은 건륭 연간에 제작되어 황제의 집무 공간인 대전을 장식했던 것이다. 코끼리 몸체는 가는 얼룩 문양을 새겼고 귀와 상아, 꼬리는 도금해 화려함을 더했다. 대전의 계단에 배치했던 학 모양의 촛대 한 쌍 역시 법랑기법으로 제작된 것이다. 풀과 붉은색 꽃이 피어있는 특이한 모양의 돌 위에 올라선 학이 연잎 모양의 촛대를 물고 있는 형태다. 침이나 가래를 뱉는 그릇조차도 법랑기를 사용했다. ‘화법랑 꽃문양 타호’는 노란색 바탕에 다양한 꽃, 과일, 나비 등을 그리고 공간에 갈색 반점을 세밀하게 찍어 명암과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박물관 지병목 관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북방의 한 민족이 거대한 중국을 통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초기 황제들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유물들이 소개된다”며 “외국의 왕실문화 전문 박물관과 협력해 개최하는 교류 특별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우리 왕실 유물들이 심양고궁박물원으로 건너가 전시회를 갖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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