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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강도 압박에… 北 “우린 잃을 게 없다”

입력 : 2019-12-10 06:00:00 수정 : 2019-12-09 23: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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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시한 임박’ 험악해진 북·미/ 트럼프 “김정은 모든걸 잃을 것”/ ‘레드라인 근접’ 北에 강력 경고/ 美 대선 영향 사전차단 의도도/ 北 김영철 “우리의 분노 못 뺏어”/ ‘망령든 늙다리’ 호칭 원색 비난/ '김정은 카드 남아있다' 여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미 간 기싸움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양측이 일전불사를 다짐해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러자 북한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며 “미국이 더 이상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뺏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말 시한’이 말뿐인 경고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최근 발표한 ‘중대한 시험’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며 자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앞서 트럼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사실상 (김 위원장이 잃을 것은) 모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에 더 이상 인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치적으로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라인’(금지선)에 근접하는 북한의 도발에 직면하자 전날에 이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이다. 미국은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를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이번 북·미 신경전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날 담화에서 2017년 이후 자제하던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할 때 ‘대통령’을 떼고 ‘트럼프’라고 불렀으며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도 동원했다. 지금까지 미국을 비난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직접 공격은 피했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면서도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했다. 추가 도발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올해가 가기 전 마지막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에 기대를 버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영철 위원장에 이어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연말시한이 임박하면서 북한이 막판 총공세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묘장 조업식 참석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해 전방을 응시하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탄핵정국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트 대통령은 북한이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대선 재선가도에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은 북한의 도발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싱가포르에서 나와 강력한 비핵화 합의에 서명했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전 세계가 이 사안에 통일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대응에 중·러와 통일된 입장을 강조한 것은 ‘새로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엿보이는 북한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 편에 묶어두고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도 대북 압박을 거들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와 관련,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한다면 북한 측으로서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비핵화)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은 곧 그 지역으로 내려갈 것이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측 대북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달 중순에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홍주형 기자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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