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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차원 與 후보 밀어주기?… 뇌관 된 '조국 민정수석실'

입력 : 2019-11-28 06:00:00 수정 : 2019-11-28 07: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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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靑 하명’ 의혹 수사 / 조국이 송철호 선거대책 본부장 맡아 / 김기현 前 울산시장 낙선 겨냥 비위첩보 / 당시 민정실서 경찰로 전달 경위 수사 / 靑 감찰범위 선출직 공직자 해당 안 돼 / 의혹 사실 땐 선거중립 위반 ‘후폭풍’ / 경찰 “靑, 수사지연 관련 질책 없었다”

문재인정부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정권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모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벌어진 석연찮은 일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여권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중단 의혹에 이어 불거진 김기현 전 울산시장 낙선을 겨냥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폭발력이 큰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 결정 및 수사가 이뤄진 과정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핵심 쟁점은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 결정이 ‘누구’ 지시로 시작됐고 그에 대한 비위첩보가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다. 청와대에서 경찰청 본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으로 첩보를 내려보내고 사실상 ‘수사 지시’를 했다면 이 과정에 개입한 인사들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민정수석실 수장인 조 전 장관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검찰은 그에 대한 선거법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다.

경찰청은 울산경찰청에 첩보를 전달한 사실은 맞다고 인정했지만, 청와대에 진행 상황 등을 보고했을 뿐 구체적인 수사 지시가 내려온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에 선을 그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압수수색 이후) 지난해 3월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된 뒤 청와대도 당시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알아야 하니까 (경찰에서)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울러 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청와대 질책이 있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청와대로부터 수사 진행에 대한 어떠한 질책성 언급 등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수사력을 집중하는 부분도 김 전 시장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비위 첩보 생산 과정 및 첩보 보고 경로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이 지난해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실 등 5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선거 석 달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3월16일의 일이다. 선거에 임박한 5월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선거 이후 모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 수사 개시 시점과 수사 결과를 놓고 당시 경찰의 수사 착수 자체가 사실상 ‘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선거 판세는 문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갔고 김 전 시장은 낙선했다. 만약 청와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직접 경찰을 동원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방선거 직전 청와대가 야당 소속의 자치단체장 후보를 겨냥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이어서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비리 첩보 수집은 청와대 직제상 특별감찰반 등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민간인 사찰’ 논란 여지도 있다. 특감반은 행정부 고위공무원 등 공직자에 대한 감찰 권한을 가질 뿐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조 전 장관과 송 시장의 친분 관계가 확인되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송 시장이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울산 중구에 출마했을 때 선거대책본부장과 후원회장을 맡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절차대로 수사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7일 청사에서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황운하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청와대 하명 의혹에 대해 “경찰청 본청 정보를 받아 시작한 정상적인 수사였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하명 주체로 지목된 조 전 장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공권력 동원 민심 강도질”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6·13지방선거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김기현 “희대의 정치공작이자 선거사기”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자신을 낙마시키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희대의 정치공작이자 선거사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 전 시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첩보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에 대해 “황씨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했다. 그는 “문 대통령, 조 전 수석, 송철호 현 울산시장은 막역한 사이로, 송 시장이 그동안 선거에서 8차례 낙선한 후 작년 지방선거 때 9번째 도전이었다”며 “이들이 ‘송 후보를 어떻게든 당선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2014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인 문 대통령은 울산 토크콘서트에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시민 질문에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송 시장은 문 대통령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이 확산하면서 검찰 수사가 문재인정부 1년차 민정수석실로 확대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한국당은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정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을 ‘3종 친문(친문재인) 농단 게이트’고 규정하고 이를 파헤칠 당 차원의 TF를 구성해 민주당에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들병원 의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 출신인 이상호 회장이 이끄는 우리들병원이 2012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정부·여당 인사들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민정수석실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 보고를 수시로 받았는지 여부와 법적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복 의원은 “황 청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 전 시장 수사 관련) 상부의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었는데, 허위사실을 증언한 것”이라며 행안위 차원의 고발을 요구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 “첩보 접수땐 정상 절차 따라 이관”

 

청와대는 27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해 비위 첩보를 청와대가 수집해 경찰에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하명수사가 있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며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안을 처리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2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지난 14일에 이어 두번째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30분 검찰청에 비공개 출두했다. 뉴스1

청와대 내부와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경찰청에 내려보낸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다만 울산시장과 같은 선출직에 대한 첩보를 청와대 직원이 수집한 행위가 임명직에 대한 첩보수집 권한만 규정한 청와대 내부 직제를 위반했는지, 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첩보를 경찰청에 내려보내 수사에 착수토록 한 과정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대한 ‘법 해석’을 두고 검찰과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적으론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전직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고유 업무영역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사안이 많다”며 “또한 비위방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힘들게 수집한 비위첩보를 청와대가 함부로 폐기하는 것도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는 ‘김태우 수사관’ 사건 때 본연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불순물과 같은 첩보’는 폐기처분한다고 밝혔는데, 말과 행동이 달랐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건호·이희경 기자, 대전=임정재 기자, 장혜진·박현준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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