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지원금 끊긴 탁아소… 일상이 된 폭력에 갇힌 아이들

입력 : 2019-11-09 03:00:00 수정 : 2019-11-08 20:54: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브래디 미카코/노수경/사계절/1만7000원

아이들의 계급투쟁/브래디 미카코/노수경/사계절/1만7000원

 

“정치에 대한 내 관심은 모두 탁아소에서 비롯됐다.…정치란 토론하는 것도 사고하는 것도 아니다. 살아가는 것이며 생활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저자의 진술은 흥미로우면서도 강렬하다. 일본인인 그는 아일랜드인 배우자와 함께 아들을 키우며 탁아소 보육사이자 이민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를 규정한다. 거창한 이론이나 통계는 없지만 현장에서의 경험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계급 차와 그 계급을 유지하는 견고한 벽을 보여준다.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간 저자는 2008∼2010년, 2015∼2016년 탁아소에서 일했다. 이 사이 영국에서는 집권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었고, 사회 전반의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긴축’의 바람이 거셌다. 당시 “노동하지 않고 생활보호수당으로 먹고살면서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구제불능의 언더클래스(under class)’”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고, 이에 바탕한 여론을 등에 업은 보수당 정부는 생활보호수당, 실업보험, 양육보조금 등을 대폭 삭감했다. 저자는 이런 변화가 하층 계급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탁아소를 통해 보여준다.

긴축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탁아소에 대한 지원금이 끊기자 “영유아 교육과정, 보육사를 베이비시터에서 교육자로 키워내기 위한 지원 정책들이 약화되었고, 건강한 교육 현장이었던 탁아소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운영해야 하는 버려진 공간이 되었다”는 게 저자의 증언이다. 훨씬 팍팍해진 현실 속에서 탁아소에는 무표정하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거나, 자폐증으로 끝모를 흉포함을 보이는 아이들로 넘쳐난다.

그렇다면 생활수당에 기대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근거로 추진된 복지제도의 축소는 이런 사람들을 술과 약물을 끊고 직장을 구해 열심히 일하는 삶으로 이끌었을까. 저자는 영국이 밥을 굶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나라가 되었고, 밑바닥 사회는 서로를 혐오하는 전장이 되고 말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긴축 정책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지만 돈만을 지급하는 복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복지가 “삶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존엄을 되돌려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제도의 운용이 얼마나 사려 깊고, 정교하며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판사는 저자를 “요즘 일본 출판계는 핫이슈”라고 소개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과 만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글로 남기는 기록자이자,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거침없이 말하는 용감한 발언자”여서 언론과 출판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출세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저자의 책이기도 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