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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잘못된 대북관, 안보 위기 자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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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07 23:06:17 수정 : 2019-11-07 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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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맞아 / 동아시아는 아직도 갈등 구도 / 진영 간 안보 불확실성의 시대 / 평화 위해선 대북관 전환 필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 올해는 그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내년은 독일이 통일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공산주의 국가의 멸망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의 승전고가 20세기 말에 울려 퍼졌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전 인류가 세계 평화와 지구촌 건설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동아시아에는 아직 국가중심적인 배타적 사고가 지배적이다. 침략에 대한 과거의 아픈 기억을 일깨움으로써 자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타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이른바 ‘폐쇄적 애국주의’가 잔존하고 있다. 아울러 냉전기 갈등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일본은 정상국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평화헌법 개정과 이에 따른 군사대국화를 암암리에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관계의 변화를 야기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톈안먼 사태에 이은 이번 홍콩 사태에서 보듯이 국민의 요구를 폭력 행사로 진압하는 아직은 ‘가치 공유’가 어려운 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주민의 삶의 질 개선보다는 핵무기 개발에 혈안이 된 북한 정권의 행태도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는 주변 강대국의 힘의 외교에 휘둘리며 친북한정권·반북한주민의 대북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이하며 동아시아 국가가 보여주는 외교안보의 현주소이다.

동서독과 남북한을 가르는 분단선 중 이제 남은 것은 남북한 분단선뿐이다. 동서독 분단선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에 전승연합국이 획정한 경계선이었다면, 남북한 분단선은 한국전쟁의 결과로 설정된 휴전 완충지대이다. 또한 동서독 분단선이 동독 주민의 서독 이탈을 막기 위한 접근금지 구역이었다면, 남북한 분단선은 휴전 중 도발 억지를 위해 구축된 군사대치 구역이다. 그 분단선이 없어질 미래를 우리는 기대하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 대북관의 차이에 따른 해묵은 평화 논쟁이 우리 사회에 제기되며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협상용이지 전쟁용이 아니라는 논리, 북한의 도발은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 위협용이 아니라는 논리,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하다는 논리 등 북한의 안보 전략 및 행태를 가능한 한 긍정적·낙관적으로 해석하려는 논리가 의도적으로 만연되고 있다. 만약 이 모든 논리가 대북관의 오류, 즉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다. 이제 ‘안보불감증’이 ‘안보망각증’이 돼가는 현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동아시아에서의 안보질서는 냉전기로 돌아가고 있다. 한·미·일 남방삼각 협력과 북·중·러 북방삼각 협력 간의 대결구도가 복원되면서 진영 내 결속이 요구되고 진영 간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진영 간 안보 딜레마가 작동하면서 안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진영 내 결속을 위한 미국의 노력은 한국 정부에 대한 전방위 압박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강화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한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유지 요구도 커지고 있다. 실시예정인 한·미 연합공중훈련도 정부의 개별훈련이라는 입장 표명과는 달리 미국은 연합훈련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가 지난달 있었다고 전해진다. 남북한 관계를 고려한 현 정부의 의도적인 대북관이 미·일의 외교안보적 압박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30년 전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냉전 종식을 알리고 세계 평화를 꿈꾸게 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남북한의 분단선인 비무장지대가 한반도 내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평화는 외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평화를 위한 북한 정권의 태도 변화를 유발할 현 정부의 새로운 전략적 선택의 출발점은 편향된 대북관의 전환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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