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워킹맘 결근’ 배려 어디까지…

입력 : 2019-11-05 19:47:18 수정 : 2019-11-05 22:56: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법원, 같은 사안 엇갈린 판결 / 육아 이유 휴일출근 5차례 거부 / 계약 해지 통보 놓고 소송 벌여 / 1심 “使, 일·양육 택일하도록 강요 / 부당한 해고” 구제 신청 받아들여 / 2심 “使, 연가 허용 등 최대한 배려 / 근로자가 해결 노력 안해” 뒤집어

2017년 만 1세와 6세 아이를 양육하는 A씨는 B사의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서무주임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과거 8년여간 일하던 영업소의 고용이 B사로 승계됐기 때문이다. 수습사원으로 채용됐던 A씨는 5차례 무단결근 등을 이유 등으로 3개월 만에 근로계약이 해지됐다. A씨가 결근한 날은 근로자의 날,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대통령 선거일, 현충일로 모두 공휴일이었다.

 

육아를 이유로 휴일 근무를 거부한 ‘워킹맘’ A씨를 회사가 정식사원으로 채용하지 않은 것은 부당한 조치일까.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에게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택하도록 강제하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며 회사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봤지만, 2심은 A씨가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판단을 뒤집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노태악)는 B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심판 판정취소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B사는 “회사에 A씨뿐 아닌 많은 여성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고, A씨가 초번 근무(오전 6시~오후 3시 근무) 시 외출을 허용하는 등 사정을 배려한 사실도 있다”며 재심판정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B사는 근무 첫 달에는 초번 근무 시 A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했으나, 공휴일 결근 문제가 생기자 ‘외출 편의를 봐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초번 근무를 거부했다.

 

쟁점은 B사가 A씨의 채용을 거부한 것에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1심은 B사의 채용 거부가 사회 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은 판결문에 “회사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A씨가 ‘근로자로서의 근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하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고 적었다.

 

또 “초번 근무는 통상적으로 어린이집 등이 보육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출근할 것을 요구한다”며 “A씨의 초번 근무지시 거부는 자녀 양육과 충돌하는 상황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녀 양육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판시된 헌법재판소 판례와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 등을 들어 “회사가 A씨의 사정을 헤아려서 일·가정 양립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반면 2심은 회사가 일정 부분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보고 채용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사는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경우 초번 근무 시 자녀 등원을 위한 외출을 허용하고, 공휴일에는 사전에 일정을 조절해 연가 사용을 허가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해왔다”며 “24시간 계속해 도로 통행료 징수 등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하면 이런 조치를 넘어선 노력을 기대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가 회사에 어린 자녀 양육 때문에 공휴일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사정을 설명하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채용 거부에 합리성이 있다고 봤다. 또 “공휴일에는 배우자 등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A씨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는 이상 회사가 그런 사정을 먼저 파악하고 해결할 것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