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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할 땐 언제고… 지자체, 민원 급증하자 설치 막아 ‘혼선’ [심층기획 - 빛 잃은 태양광]

입력 : 2019-11-06 06:00:00 수정 : 2019-11-05 20: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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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오락가락 지자체 조례 제·개정 / 정부 재생에너지 육성에 사업 급증세 / 지난해 전국서 4281건 허가… 전년 2배 / 환경훼손 등 우려 주민 반발 잇따르자 / 지자체, 조례 고쳐가며 사업 규제 나서 / 기준도 중구난방… 작년 분쟁 102건 달해 / 사업자聯 “정부 정책 믿고 투자했는데 / 손실은 누가 보상하나” 줄소송 예고

지난 7월 부산고법 창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박준용)는 A 태양광 발전시설 사업자가 창녕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수상태양광발전소 불허 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이 업체는 농어촌공사로부터 달창저수지 6만㎡ 면적을 빌려 5900㎾ 규모 발전소를 만들 계획이었다. 주민 반대가 심해지자 창녕군은 개발행위 불허를 통보했고, 업체는 결국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달창저수지를 통해 누리는 공익이 크고,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건 ‘환경친화적 에너지원 확보’란 정부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창녕군 손을 들어줬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허가권을 쥐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태양광 발전시설 규제 장벽을 낮추면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소규모 발전설비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서도 투자 증가를 막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 발전 불허 처분을 내리거나 조례까지 개정해 규제에 나서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비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지자체의 행정규제를 견디다 못한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지자체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분쟁도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이 ‘지자체의 태양광발전 불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다.

5일 전국 지자체와 법원 등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소 허가를 둘러싼 행정소송은 2014년 7건에서 지난해 102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7∼9월만 보면 31건으로 사흘에 한 건꼴이다. 한국태양광발전사업자연합회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을 적극적으로 늘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발전시설을 짓지 말라고 하면 정부 정책을 믿고 그동안 투자한 업체들의 손실은 누가 보상할 것이냐”고 말했다.

◆정부·지자체 규제가 ‘화 자초’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겠다는 사업자들의 허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2017년 12월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는 취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63.8GW까지 확대하고, 이를 위해 신규 설비 용량의 95% 이상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발전의 전국적인 확산 속도는 “무섭다”는 얘기가 나올 지경이다.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가 태양광 발전시설로 허가를 내준 건수는 지난해 4281건으로 전년(2384건)의 두 배에 육박한다.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면서 환경 위험과 주민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태양광 난개발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지자체는 산지 태양광 설치 제한을 두는 등 뒤늦게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혼란만 키우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내건 정부가 의욕만 앞세워 정책을 밀어붙인 데 따른 ‘후유증’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산지 태양광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0.7∼1.2에서 0.7로 낮췄다. 도로 및 인가와 발전소 간 거리를 제한하는 ‘이격거리 규제’도 전국 지자체별로 ‘중구난방’인 탓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이격거리를 규제하고 있는 지자체는 지난해 3월 기준 91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0m 이하 31곳 △100∼300m는 29곳 △300∼500m 24곳이었고, 500m 초과도 6곳 있었다.

전북 진안군과 전남 장흥군, 구례군은 도로와의 이격거리 제한이 1㎞나 됐다.

 

◆지자체 태양광 조례의 잦은 개정

태양광 난개발에 대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커지자 지자체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과 소송도 늘고 있다. 최근 경북 김천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환경 파괴와 경관 훼손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 따라 무분별한 설치를 엄격히 제한하고 나섰다. 시는 난개발 방지를 위해 농어촌 도로와 주거지에서 300m 이상 떨어져야 하며 발전시설 설치 시 경사도를 15도 미만으로 할 것 등을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 육성이 본격화하면서 태양광 발전사업 신청·허가가 폭발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민원이 많으면 조례에 따른 규정을 준수했더라도 보류 또는 불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지북정수장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관련 지자체와 업체간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별 총 소송 건수는 △전북 14건(2017년 5건, 2018년 5건, 2019년 4건) △충남 60건(2017년 6건, 2018년 17건, 2019년 37건) △경북 4건(2017년 3건, 2018년 1건) △경남 70건(2017년 9건, 2018년 22건, 2019년 39건)으로 확인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송은 대부분 지자체 조치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이었으나, 앞으로는 환경부 규제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사례를 연구하고 여러 부작용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여 인사, 발전소 340곳 운영…정부 예산 980억원 ‘독식’ 논란

 

현 정부 들어 태양광 사업이 블루오션으로 알려지면서 태양광 발전 설비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 미니태양광 사업에서 특정 업체들이 예산을 독식한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으로 2조6000억원을 지출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 연합뉴스

5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 산하 발전 5개사가 태양광 전기 구매계약을 맺은 사업자 1만3721곳을 조사한 결과 친여 인사들의 태양광 사업 진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단식에 참여했던 A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울을 비롯해 전북, 전남 등지에 태양광발전소 31곳을 운영 중이다. B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안산 일대에 태양광 발전소 8곳을 지었다. C 전 협동조합 이사장(발전소 5곳), D협동조합 이사장(5곳)은 각종 ‘탈원전’ 운동에 참여한 인사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 340여곳의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한전·한수원과 98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맺었다. 태양광 발전소 1만3721곳의 총 계약금액이 43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태양광 사업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억원 이상 공급계약자는 10명으로, 이들은 발전소 163곳을 운영하고 있다. 계약금액은 514억원으로 전체의 12%다. ‘전국구급 태양광 재벌’인 E씨는 법인 4곳을 설립해 경북, 경기도, 전남 등 전국 각지에 발전소 36곳을 보유하고 있었다.

 

창원·대구=강민한·김덕용 기자 kmh010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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