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경기장에선 '적'이지만 우주에선 나사 팀 '동료'입니다"
미 육군과 공군의 ‘명예’가 걸린 아메리칸풋볼 시합이 지구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 공간까지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육군사관학교 대 공군사관학교의 아메리칸풋볼 경기를 앞두고 고도 300~400km의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상주하는 우주인들이 저마다 자신이 속한 군대의 승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동영상에 담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현재 우주정거장에는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 소속 우주비행사로 앤드류 모건과 닉 헤이그가 상주하고 있다. 모건은 미 육군, 헤이그는 공군 출신이다.
두 사람은 럭비공을 들고 페이스북 동영상에 출연해 두 사관학교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기원했다. 이들은 “육군과 공군이 운동 경기장에서는 적(enemies)일 수 있겠으나 전투, 그리고 우주 공간에선 항상 같은 팀 동료(teammates)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주 공간 특유의 무중력 상태를 보여주듯 몸을 360도 빙글빙글 돌려 회전하기도 했다.
미 육사와 해사, 공사 간에 연 1회 정기적으로 열리는 아메리칸풋볼 시합은 본질은 ‘친선 경기’이지만, 미군을 구성하는 육해공군이 저마다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과시하는 경연의 장인 만큼 선수들 간의 몸싸움과 응원 등이 몹시 화끈하다.
세 학교 가운데 ‘전통의 라이벌’로 통하는 육사와 해사가 맞붙는 경기가 아무래도 가장 열기가 뜨겁다. 미 공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군이 새롭게 창설되면서 1954년에야 개교했다. 반면 흔히 ‘웨스트포인트’로 불리는 미 육사는 미국 독립 직후인 1802년 개교해 2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미 해사 역시 1845년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해 올해 개교 174주년을 맞았다.
사관학교 간에 경기가 벌어지면 생도는 물론이고 졸업생 등 동문과 현역 군인들 간에도 ‘살벌한’ 응원 구호가 난무한다. 이번 육사 대 공사 경기를 앞두고 육군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어김없이 “공군을 때려잡자(Beat Air Force)” 같은 전통의 어구가 등장했다.
공군 소속 수송기를 타고 하늘을 날다가 지상의 특정한 지점으로 뛰어내려 작전을 수행하는 낙하산 부대원들로 구성된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부대원들은 공군을 향해 “어이 미합중국 공군, 너희가 무엇을 하든 우리가 그보다 훨씬 더 잘하거든(Hey United States Air Force - Paratroopers can do anything you can do better)”이라고 애교 섞인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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