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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듯 정감 어린 주택 사이로 봉제산업·문화자산이…

입력 : 2019-10-31 09:00:00 수정 : 2019-10-30 23: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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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 서울 ‘창신숭인’ 가보니 / 아파트 못지 않은 환경조성 초점 / 노후 주택들 철거보다 보존 노력 / 전망대 설치 채석장 지역 명소로 / ‘산마루 놀이터’ 어린이들에 인기
전국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인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의 전경.

서울 지하철 6호선 창신역에서 낙산 채석장 전망대로 가는 길은 숨이 턱턱 막힌다. 오르막의 연속이다. 언덕배기를 빼곡히 메운 살림집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고달프다. 얼마나 더 가야하나 싶을 때쯤 나타난 전망대에 오르면, 순간 가슴이 탁 트인다. 강북 시가지가 발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전국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인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지역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30일 방문한 창신숭인 지역에서는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현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낙산 자락에 있는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에 채석장으로 사용됐다가 6·25전쟁 이후 이주민과 피난민이 모여들면서 마을을 이뤘다.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주민 반대로 2013년 지정이 해제됐다. 이듬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됐다. 종로구 창신1·2·3동, 숭인1동 약 83만㎡ 지역이 대상이다.

그런만큼 주거 환경은 좋지 않다. 골목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데다 급경사다. 서울시는 재생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이 아파트 단지 못지 않은 편의 시설을 누리고, 함께 모여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후 주택을 전면 철거하기보다 지역 대표 산업인 봉제산업과 역사·문화자산을 보존하려 했다. 그 결과 낡은 듯 정감 어린 주택 사이로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들이 자리잡게 됐다.

다음 달 문을 여는 채석장 전망대도 이런 공간 중 하나다. 시는 채석장 일대를 2025년까지 약 944억원을 들여 지역 명소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전망대에 이어 낙산배수지 주변에 입체 보행데크 공원을 조성하고 야외 음악당 등도 들인다.

좀더 아래로 발길을 돌리면 창신소통공작소가 나타난다. 주민들이 목공, 수공예 등 생활예술을 즐기는 곳이다. 그 아래 자리한 ‘산마루 놀이터’는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황토빛 둥근 건물로, 골무 모양을 형상화했다. 들어서자마자 9m 높이 정글짐이 나타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고 한다.

빼곡한 저층 벽돌주택 사이에 자리한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이 지역의 정체성을 응축한 곳이다. 창신숭인은 봉제 업체 1100여곳과 봉제 종사자 3300여명이 몰려 있어 우리나라 봉제산업 1번지로 불린다. 지난해 문을 연 역사관에는 지금까지 2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 다섯 살 때부터 살았던 옛 집터는 2017년 기념관으로 거듭났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들의 주거 환경도 개선됐다. 골목길 14곳에는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이 설치됐고, 200곳에는 태양광 조명등이 들어섰다. 노후 하수도(9.4㎞) 정비는 2021년 완료된다.

창신숭인은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CRC)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주민들이 공동출자해 2017년 5월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은 백남준 기념관의 마을카페 및 지역축제 ‘꼭대기장터’ 운영, 도시재생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 힘으로 도시 재생 관련 사업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지난 5년간 창신숭인 재생에 투입된 총 사업비는 200억원. 현재 12개의 마중물 사업 중 11개가 마무리됐다. 내년 3월 마지막으로 창신3동 주민공동이용시설인 ‘원각사’가 문을 연다.

 

글·사진=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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