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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하늘공원 억새밭 한 곳이 납작하게 패였다. 사진 촬영을 위해 관광객 일부가 들어간 탓이다.

“세상에 이거 다 사람들이 밟은 거잖아? 끔찍하네….”

 

‘제18회 서울억새축제’를 즐기러 지난 23일 하늘공원(서울 마포구)을 방문한 유모(28)씨는 사람들에게 밟혀 납작해진 억새밭 한 귀퉁이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처음에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한 사람이 사진 찍으러 들어가니 다른 이들도 따라한 것 같다”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러 왔으면 적어도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황당해했다. 

 

지난 23일, ‘제18회 서울억새축제’를 즐기기 위해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을 찾은 관광객들.

서울의 가을 억새축제 명소인 하늘공원이 일부 관광객의 무질서한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억새밭 사이로 각종 쓰레기를 몰래 버리거나, 식생보호 경계 침범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모두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이기심이 빚은 씁쓸한 광경이다. 2002년 5월,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 문을 연 하늘공원은 축구장 81개 면적과 비슷한 억새밭(총 58만㎡)이 조성됐으며, 앞서 서울시는 올해 축제(10월18일∼24일)에 65만명가량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 억새밭 곳곳에 누군가 몰래 버린 쓰레기.

◆억새밭 사이에 몰래 버린 쓰레기…만연하는 ‘무한 이기주의’

 

낮 최고기온 20도를 기록한 지난 23일에는 억새밭에서 △누군가 슬쩍 버린 물병 △커피가 든 채 뒹구는 테이크아웃 커피잔 △페트병 여러 개가 담긴 비닐봉지 등이 눈에 띄었다. 쓰레기통이 곳곳에 있는데도, 갖고 다니기 귀찮다는 이유에서 몰래 버린 것으로 추정됐다.

 

 

‘얌체족’들 탓에 쓰레기 수거하는 직원들은 힘이 빠진다. 하늘공원 미화담당 A씨는 “쓰레기통이 있어도 분리배출 하지 않는 건 기본”이라며 “사람들이 몰리는 구역에서 몰래 버린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쓰레기통을 정리하던 그는 “이것 좀 보시라”며 페트병과 종이컵이 한데 뭉뚱그려진 비닐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행사 둘째날이자 주말이었던 지난 19일, 축제현장에서 수거한 쓰레기양은 100L 종량제봉투로 총 137개였다고 한다.

 

◆여기저기 짓밟은 억새와 핑크뮬리…전망대에선 칼로 새긴 이름도

 

경계 넘어 억새밭으로 들어가는 관광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단체 관광객은 저마다 억새밭을 들락날락하며 사진 찍었고, 또 다른 관광객도 밧줄 경계를 손으로 들더니 자연스레 억새밭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사진 찍고자 하는 욕심이 묻어났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조성된 핑크뮬리밭 곳곳이 납작하게 패였다. 누군가 몰래 들어가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분홍빛 배경으로 사진에 멋을 더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한 ‘핑크뮬리밭’은 상황이 더 나빴다. 올곧게 서야 할 핑크뮬리가 사람들이 마구 밟은 탓에 태풍이 훑고 지나간 듯 한쪽으로 쓰러져 곳곳이 납작하게 패였다.

 

핑크뮬리밭 질서단속요원이 경계 침범하는 관광객들에게 “얼른 나오세요!”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단속요원 B씨는 “(핑크뮬리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줄을 치면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는다”며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이 (밭에) 들어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처음에는 온전했다”며 “너도나도 밟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늘공원 전망대 난간에 누군가 칼로 새긴 이름.

특히 하늘공원 전망대 난간에서는 관광객이 칼로 새긴 것으로 보이는 이름이 발견되는 등 일부 시민의 몰지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질서단속반을 포함해 총 160명이 하늘공원 억새축제 안전 등을 책임지지만, 곳곳에서 벌어지는 얌체짓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늘공원 관리를 담당한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축제기간 쓰레기를 줄이고자 일회용 안내 책자도 만들지 않고, 인공구조물도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사진은 정해진 포토존에서’라는 원칙을 관광객들이 잘 지켜주실 때 축제현장이 더욱 쾌적해질 수 있다”고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을 부탁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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