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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美·中·日 속 韓의 활로, 신사고로 돌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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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17 23:03:19 수정 : 2019-10-17 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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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정세는 교착상태 / 세계질서에서 美 역할도 실종 / 지난 2년여 간 실패 곱씹으며 / 우리의 ‘외교독트린’ 수립해야

한반도 주변 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통상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미·중 통상협상에서 미국이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려던 계획을 유보하는 대신 중국이 최대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미니딜’이 이뤄지면서 다행히 파국은 면했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중국과 일본 간 동아시아 세력다툼은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균형이 깨지며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결정난 유엔분담금(20192021) 순위에서 중국이 일본을 처음으로 능가하면서 명실공히 세계 제2위 강국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에 쐐기를 박듯 중국 국무원은 마카오 인근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 헝친다오(橫琴島)에 ‘제2의 홍콩’을 개발하는 청사진을 펼쳤다.

미·중·일 간의 경쟁구도가 심화되면서 동아시아 지역질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중 패권경쟁으로 대변되는 세계질서하에서의 현상유지자로, 그리고 중·일 패권경쟁으로 표현되는 동아시아지역질서하에서의 현상타파자로 행동하면서 오늘날의 국제질서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국제질서의 안정을 위해 미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에 미국의 외교적 행태는 사뭇 그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국제적 현안에서 발을 빼고자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맹인 쿠르드족을 배신하면서까지 갑작스럽게 시리아 철군 결정을 했고, 미·중 간 통상분쟁의 확대가 재선에 부정적이라는 판단 속에 중국의 특별한 양보가 없음에도 통상협상을 잠정적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입장을 드러냄으로써 홍콩 시위대를 실망시켰다.

세계질서에서의 제1의 지도국으로서, 동아시아에서의 균형추로서의 미국의 역할은 실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던 우리의 의도는 북한의 경직된 태도에 의해 막히고, 오히려 김정은 정권은 우리를 배제하며 미국과의 일괄 협상타결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한·일, 한·중, 한·미 관계는 물론 남·북한관계까지 속 시원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 외교적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최선의 해법은 밝았을 때의 기억이다. 그 첫 단추는 한·일 관계의 개선이고, 그 다음은 한·미·일 삼각협력의 복원이다. 나아가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정립이 요구된다. 이를 전제로 남·북한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남·북한 관계가 아직은 우리의 주변 강대국 관계의 종속변인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외교적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오는 최선의 방안은 ‘신사고’를 그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 1972년 2월 마오쩌둥(毛澤東)을 만난 반공주의자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추후 타이완(臺灣)을 버리고 중국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받아들인 것은 닉슨과 키신저 국무장관의 신사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신사고가 데탕트(긴장완화)의 시대를 연 것이다. 또한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 해역 선상(船上)에서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 간의 회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탈냉전의 신질서를 수립했다. 이는 1985년에 공산당 서기장이 된 고르바초프와 셰바르드나제 외상의 신사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축구대표팀은 관중 없는 평양 축구경기장에서 생중계 없는 축구시합을 하고 돌아왔다. 남·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듯 우리만의 경기를 하고 씁쓸하게 돌아선 것이다. 북한 정권의 변화를 유도하고 주변국과의 소원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제 우리에겐 신사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 시작은 지난 2년여간의 외교적 실패를 곱씹으며, 해방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연속선상에서 우리 외교를 직시하며 우리의 ‘외교독트린’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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