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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없다면 지구에 생명체는 살 수 없다”

입력 : 2019-10-12 03:15:00 수정 : 2019-10-11 21: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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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종 특징·현미경 사진 등 담아 / 바이러스 놀라운 능력 상세 설명 / 일부는 숙주·지구에 이로운 기능 / 존재 밝혀진 것 전체 1%도 안돼
메릴린 루싱크/강영옥/최강석/더숲

바이러스VIRUS/메릴린 루싱크/강영옥/최강석/더숲

 

국내 최고의 수의 바이러스 분야 전문가인 최강석 박사는 “우리는 바이러스로 가득 차 있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세균에서부터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바이러스의 서식처다. 바이러스는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고 어마어마한 탄소를 심해에 비축하게 하고 산소를 공급하게 하여 생명을 기온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없다면 지구상에 생명체는 살 수가 없다”며 바이러스의 유용성을 설명한다.

하나 다수의 일반인은 바이러스에 관한 선입견이 있다. 일단 이 단어를 접하면 죽음을 떠올리며 두려워진다. 스페인 독감으로 죽어가는 환자들, 인공호흡보조장치에 누워 있는 소아마비 피해자, 치명적인 에볼라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전신 보호복을 입은 의료인,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돼 소두증에 걸린 아이들을 떠올린다. 게다가 최근 국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해 정부와 농민의 시름이 깊다.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는 현재로서는 마땅한 백신이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여서 공포감이 작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 바이러스를 뉴스로 접하다 보면 모든 바이러스가 이렇듯 생명체를 위협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백꽃. 붉은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변주곡과 같다. 색깔에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를 ‘색분해 바이러스’라 부른다. 더숲 제공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허크생명과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인 바이러스학자 메릴린 루싱크의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책은 저자가 선정한 101가지 바이러스를 특징을 살린 그림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며, 바이러스가 자신을 복사하고 포장하며 숙주와 상호작용하고 면역체계에 대응하는지 등 바이러스의 놀라운 능력들도 자세히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수두, 홍역, 두창, 우역, 광견병 등의 질병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바이러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무시무시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밝혀지고 바이러스학이 발전했다. 잘 알려진 대표적 사례가 우연한 계기로 발견된 바이러스 백신이다. 18세기 말 영국의 시골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cowpox)라는 가벼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천연두에 면역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천연두를 예방하는 데 적용했다. 당시에는 천연두가 바이러스로 감염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던 때였다. ‘백신(vaccine)’은 소라는 뜻의 라틴어 ‘백시니아(vaccinia)’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모든 바이러스가 숙주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숙주가 살아야 자신들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바이러스들은 숙주는 물론, 지구에게 이로운 기능을 한다. 예를 들면 ‘시네코코커스 파지 Syn5’라는 바이러스는 바닷속에서 매일 발생하는 세균의 20~50%를 죽임으로써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맞춘다. 이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구의 대부분이 ‘세균 수프’로 뒤덮였을 수도 있다.

책 속의 2013∼2015년 중앙·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접촉성 전염병인 에볼라바이러스, 사람의 간에 만성감염을 일으키는 주범 C형 간염바이러스,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홍역바이러스, 소아 설사의 흔한 원인균 로타바이러스 A형 등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바이러스’는 유의에서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만큼 과다한 공포는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많은 이가 겁을 먹는 것은 아직 바이러스의 대다수가 미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존재가 밝혀지고 연구가 이어지는 바이러스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 중 1%도 되지 않는다.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 만큼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분야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바이러스가 지구를 생명체가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든 주역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바이러스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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