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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태극마크’ 항공모함 띄울 수 있을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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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13 06:00:00 수정 : 2019-10-11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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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 V-22 수직이착륙 항공기가 미 해군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함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3만t급 경항공모함(사업명:대형수송함-Ⅱ) 건조를 위한 군 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7일 경기 과천 방위사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경항모 건조를 위한 사업 진행절차와 핵심기술 확보 계획, 경항모 상상도(CG) 등을 공개했다. 

 

방사청은 경항모 개념설계와 핵심기술개발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271억원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2033년까지 건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막대한 건조비와 과밀한 한반도 전장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건조 필요성이 낮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022년 개발 착수, 2033년 전력화

 

현재 경항모 건조 사업은 선행연구 단계에 있다. 지난달부터 내년 10월까지 이뤄질 선행연구는 해군이 주관하는 개념설계를 포함해 진행된다. 선행연구가 마무리되면 방사청은 이를 토대로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 2021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사업추진기본전략을 확정한 이후에는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2~2025년 탐색개발을 실시한다. 탐색개발 과정에서 핵심기술 개발 가능성 등을 확인한 뒤 2026년부터 건조를 시작해 2033년 전력화한다는 게 방사청의 계획이다.

 

경항모 건조에 필요한 기술 개발도 추진된다. 방사청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개념설계 및 핵심기술개발 관련 비용 271억원은 비행갑판과 플랫폼 설계 기술 선행연구(95억원), 통합전투체계 기술(120억원), 스텔스 성능 기술(40억원), 개념설계 위탁연구와 해외 컨설팅(16억원)에 쓰인다. 

 

미 해병대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가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함 갑판에 수직 착륙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이 가운데 스텔스 성능 기술 선행연구는 수중방사소음 저감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항모를 추적할 적 잠수함의 음파탐지기에 포착될 확률을 낮추려면 수중 소음 감소가 필수다. 대형함정일수록 수중 소음이 크다. 소음을 낮추는 기술 확보가 필수지만, 소음 저감 기술은 선진국에서 제3국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국내 개발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기존보다 성능이 우수한 수중방사소음 저감기술이 적용되면 경항모의 생존성과 전투력 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상상도에 따르면, 경항모의 전체적인 외형은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과 유사하다. 갑판에는 스키 점프대가 없고, 항공기가 오르내리는데 쓰이는 엘리베이터가 함정 후미에 설치되어 있다. 함교는 독도함과 유사한 외형과 크기를 갖고 있으나, 비행갑판에서의 원활한 항공작전을 위해서는 함교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키 점프대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F-35B 운용보다 상륙작전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 해병대 F-35B가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함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전자장비들은 F-35B 운용에 필요한 것 외에는 국산 장비들이 상당수 포함될 전망이다. 해군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건조 등을 계획하면서 국산화율을 높이는 추세다. 함교 위에는 각종 전자장비들을 한데 묶은 통합 마스트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KDDX 등에 적용될 통합 마스트는 스텔스 성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현재 국내 관련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으나, 연구개발이 진행중인 만큼 2020년대 중반에는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DDX에 적용될 국산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탑재도 거론된다. KDDX가 경항모보다 먼저 건조되는 만큼 KDDX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한 뒤 경항모에 장착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전력화까지 난제 적지 않아

 

군 당국의 경항모 확보 추진은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국방부는 지난 8월 F-35B 단거리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는 경항모 건조 방안을 담은 2020~2024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경항모가 2030년대 한반도 해역에서 활동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항모가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2척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1척만 운용할 경우 수리 등으로 인한 전력공백이 불가피하다. 영국이 퀸 엘리자베스와 프린스 오브 웨일즈 항모를 함께 만든 이유다. 반면 러시아는 유일한 항모 쿠즈네초프호가 지난해 10월 수리 도중 부유식 도크(dock)가 침몰하면서 대형 크레인이 갑판에 떨어져 크게 파손됐다. 당분간 1척의 항모도 운용하기 힘든 상태다. 

 

일본의 헬기호위함 이즈모함. 일본은 이즈모함에 을F-35B를 탑재할 수 있는 경항모로 개조할 방침이다. 방위성 제공

 

이같은 사고를 방지하려면 경항모 2척을 만들어야 하지만, 1척 건조와 F-35B 20대 도입에만 3조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10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군이 대형수송함-Ⅱ 계획을 확정할 때 수행한 연구용역에는 중형항모와 경항모가 검토됐다. 중형항모는 만재 배수량 7만1400t으로 고정익 항공기 32대와 헬기 8대를 탑재하며, 1340명이 탑승한다. 경항모는 만재 배수량 4만1500t으로 고정익 항공기 12대와 헬기 8대를 탑재한다. 승조원은 720명이다.

 

중형항모 획득예상비용은 5조4000억원, 경항모 획득비용은 3조1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현재 거론되는 경항모가 3만t급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건조비용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척을 동시 발주해 건조한다면 5조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F-35B와 헬기 도입비용, 호위함과 군수지원함 건조비까지 감안하면 총 비용은 더욱 상승한다. KDDX 개발과 건조에 7조원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합동화력함과 3000t급 잠수함, 연안작전용 호위함 확보까지 감안하면 예산 사정이 빠듯하다.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함이 지난 3월 필리핀해에서 F-35B 전투기 등을 싣고 항해를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재정 여건을 고려치 않고 경항모를 도입하면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1997년 취역한 태국의 차쿠리 나루에벳 경항모(1만1000t급)는 1999년 금융위기로 자체 무장 장착이 취소됐다. 호위함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으며 함재기인 해리어 전투기는 30년 넘게 사용한 중고 항공기로 부품 수급 등의 문제가 발생, 2006년 퇴역했다. 거액을 들여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전투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해군 입장에서 항모에 탑승할 승조원 확보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군 관계자는 “대형함정 확보도 좋지만 그 배에 탈 사람을 구하는게 문제”라며 “해군 정원 증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승조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면적이 좁고 주변국과의 지리적 거리가 가까운 한반도 동서해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대함 탄도미사일(ASBM)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을 배치하고 있다. 

 

경항모나 미 해군의 대형 강습상륙함이 한반도 동서해에 전개하면 이들 무기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코다 우리 미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동서해의 과밀한 전장 환경을 고려하면 대형 상륙함의 한반도 전개는 매우 나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이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본험리차드함과 함께 동중국해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10일 국회 국방위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해군이 2033년 경항모를 전력화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군사적인 검토가 끝나기도 전에 정치적으로 결정하려는 흐름이 보여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집 앞 100m 떨어진 편의점에 갈 때 콜택시 불러서 가는가. 지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 북한을 염두에 두고 경항모를 도입한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군 안팎에서는 경항모 대신 공군 F-35A, F-15K 전투기와 KC-330 공중급유기, 피스아이 조기경보통제기를 앞세우면서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데이터링크 및 전투통제체계를 구축하면 경항모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항모 건조 착수 시기인 2022년까지 경항모 건조를 둘러싼 군 안팎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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