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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봄봄… ‘내마음의 책 갈피’

입력 : 2019-10-11 06:00:00 수정 : 2019-10-09 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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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으로 떠나는 인문학여행 / 꿈엔들 잊힐 리야 … ‘향수’의 고향 / 점순이가 꼬시던 길… 실레마을 / 슬픔도 눈물도 닦아주는 해우소 / 백석과 자야의 애틋한 사랑… / ‘강아지 똥’ 작가 체취 고스란히

소년시절 어머니는 “책 좀 그만 읽고 어서 자”라며 자주 타박했다. 하지만 책이 너무 좋아 읽기를 멈출 수 없었고 많은 밤을 꼬박 지새웠다. 가을밤이면 귀뚜라미가 울어대 책읽기에 적당한 배경음을 만들어 주던 기억이 난다.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은 저절로 책을 가까이하게 되는 때다.

 

다양한 배경 마을이 등장하는 소설은 그곳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부른다. 문학의 계절,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작품속 공간을 따라 가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해 보자.

‘향수’를 통해 고향 마을의 모습을 아름다운 시어로 노래한 옥천군의 정지용 생가. 인근의 정지용 문학관에서는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잊힌 옛 고향 찾아가는 옥천 정지용문학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아름다운 시어로 고향 마을의 모습을 그린 노래 ‘향수’는 정지용의 시로 만든 곡이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실개천 앞에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마련돼 있는데 그를 기념해 마을이름도 향수길이다. 정지용문학관에서는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시 낭송실도 있으니 그의 시를 목청껏 낭독해 보자. 정지용의 시를 테마로 꾸민 장계국민관광지도 꼭 들러봐야 한다. 정지용의 시와 수려한 강변 풍광이 어우러져 낙후됐던 관광지가 명소로 떠올랐다. 주변에는 소옥천이 금강과 만나는 곳의 물위에 우뚝 솟은 기암절벽 부소담악(赴召潭岳)이 기다린다.

김유정 고향마을인 춘천시 신동면의 김유정역.

#경춘선 타고 떠나는 김유정문학촌

수도권 전철 경춘선을 타고 가다보면 김유정역이 나온다. 옛 신남역이다. 10분거리에 ‘봄봄’, ‘동백꽃’을 쓴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 김유정문학촌이 조성되면서 역명이 바뀌었다. 문학관이 있는 곳도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다. 김유정 생가를 중심으로 그의 삶과 문학을 살펴보는 김유정기념전시관,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춘 김유정이야기집 등 볼거리가 많다. 김유정의 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이 이곳 실레마을이다. 김유정문학촌에는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근식이가 자기 집 솥 훔치던 한숨길’ 등 그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실레 이야기길 열여섯 마당이 재미를 선사한다. 생가 중정 툇마루에서 문화해설사의 입담을 즐기다 보면 김유정 문학에 푹 빠지게 된다. 인근에는 푸른 강물 위를 걷는 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구봉산전망대 카페거리, 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도 있다.

시인 정호승 작품에 등장하는 순천시 선암사 해우소.

#눈물이 나면 정호승의 선암사로 가자

시인 정호승은 1999년에 내놓은 시 ‘선암사’에서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고 한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니 실컷 울라고. 그가 언급한 곳은 바로 전남 순천시 승주읍에 있는 선암사의 해우소다.

순천만습지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 등장하는 곳으로 순천문학관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근처 와온해변에는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개펄이 기다린다. 선암사 초입의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나 순천역 근처 조곡동 철도문화마을도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법정스님이 사랑한 후박나무와 쉼터.

순천시 송광면 외솔길의 송광사 불일암에서는 법정 스님을 만나게 된다. 그가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인데 대표작 ‘무소유’가 이곳에 집필됐다. 편백과 대나무 숲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법정 스님의 유해가 묻힌 불일암 후박나무도 찾아가 보자.

길상사의 길상화 공덕비와 사당.

#“대원각 1000억원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서울 성북구 선잠로5길에 있는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입적한 곳인데 시인 백석과 그가 사랑한 자야(김영한)와의 스토리도 유명하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요정으로 군사독재 시절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3대 요정으로 이름을 날렸다. 김영한은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을 받아 1000억원에 달하는 대원각 재산을 법정 스님이 소속된 송광사에 시주, 2년동안의 개보수를 거쳐 길상사가 탄생했다.

시인 백석과 자야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성북동 길상사. 한국관광공사 제공

백석은 김영한에게 아호 자야를 지어줄 정도로 그녀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백석이 만주로 떠나면서 결국 사랑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김영한이 대원각을 시주할 때 “그까짓 1000억원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한 말은 유명하다. 김영한은 1999년 길상사 길상헌에서 눈을 감았는데 뒤편에는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새겨져 그들의 애절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죽기전까지 백석을 그리워한 김영한은 이 시처럼 “내가 죽거든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유골을 길상사에 뿌려달라”고 유언했다.

안동시 권정생동화나라의 몽실언니 조형물.

#가슴이 따뜻해지는 안동 권정생동화나라

주옥같은 한국 대표 동화 ‘강아지 똥’, ‘몽실 언니’로 아이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 권정생. 그가 가난 속에 피워낸 따뜻한 동화 세상이 경북 안동시 일직면 성남길에 마련됐는데 권정생동화나라다. 그가 생전에 머무른 일직면의 폐교를 문학관으로 꾸며 유품과 작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청빈한 삶을 살다 간 그가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고 평소 강조한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층 전시실에는 강아지 똥 초판본과 유작 수십편, 일기장, 유언장이 있고 권정생이 살던 오두막집도 실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인근 조탑마을에는 선생이 종지기로 일한 일직교회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작은 집이 아직 남아있다.

강아지똥 조형물.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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