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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갈등만 키운 서울시 공무직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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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3 23:28:22 수정 : 2019-10-03 23: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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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협의로 풀어낸 공무직 갈등’ ‘공무직 조례 제정 감사패 수상’

최근 일부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보내온 보도자료다. 지난달 26일 제정된 ‘서울시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자화자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들의 함박웃음과 달리 공직사회에서는 이 조례를 놓고 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껍데기뿐인 조례’, ‘깡통 조례’라는 것이 주요 논지다.

전국에서 처음 제정된 서울시 공무직 조례는 지난여름을 달군 뜨거운 감자였다. 공무직 노조는 조례 제정과 차별 철폐를 외치며 99일간 천막농성을 이어갔다. 서울공무원노조도 거리로 나왔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조례 제정은 수년간 물밑에서 들끓던 공무원·공무직 간 갈등을 수면으로 드러냈다. 공무원들은 ‘공무직이 의무와 책임은 없고 권리만 찾는다. 슈퍼갑’이라며 성토했다. 공무직들은 ‘아직도 우리를 동료가 아닌 인부·잡부로 본다’며 울분을 토했다. 진통 끝에 조례가 태어났지만, 정작 내용을 뜯어보면 바람 빠진 풍선 같다.

가장 큰 문제는 공무직 조례에 공무직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 A씨는 “조례를 보면 공무직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이득이 없다”며 “조례 내용이 공무직의 고용 안정이나 권익 보호에 기여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진흙탕싸움만 됐고 외부에 공무직과 공무원의 갈등만 보여줬다”고 씁쓸해했다. 서울시 공원녹지사업소 소속 공무직 B씨 역시 “오히려 조례가 공무직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에 신분 안정을 목적으로 조례를 제정하려 했다면 그 목적만 담았어야 했는데, 처음에 무리한 요구들을 넣었다가 반발에 부딪치니 사용자(공무원)의 입장만 기술됐다”고 말했다.

실제 조례에는 처음 서공노에서 반발한 내용들이 삭제됐다. 명예퇴직 수당은 폐기됐고, 공무직의 전보는 원칙적으로 소속기관 내에서 이뤄지도록 규정됐다.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비하여… 보수·복무 등 노동조건에 있어 불리하게 처우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다른 노동자와’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공무직이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현장의 불만을 반영해 ‘소속기관 장의 직무상 정당한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되고 겸직금지 의무가 생겨났으며 징계 조항은 강화됐다.

공무직 조례 제정이 용두사미로 끝난 데 대한 비난의 화살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무직지부로 집중되고 있다. B씨는 “노조에서 조합원을 진정으로 위하는 게 아니라 조직을 이어가기 위한 실적 내기 싸움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A씨는 “말로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라 하지만 정작 조례에 공무직을 위한 내용을 반영하려 애쓴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무직은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처음 생겨났다. 노동정의 실현이란 명분은 좋았지만 공무원·공무직 어느 쪽도 배려하지 않은 속전속결의 전환 과정이 문제였다. 이 탓에 공직 현장에서는 아직도 양측 갈등이 첨예하다.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산고 끝에 나온 공무직 조례도 갈등을 풀 열쇠는 되지 못하리라는 예상에 뒷맛이 씁쓸하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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