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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멍 든 인생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입력 : 2019-10-02 03:00:00 수정 : 2019-10-02 10: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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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황선희씨 ‘19년: 탈출, 인신매매, 도망 그리고 되찾은 희망’ 출간…탈북에서 대한민국 정착까지 6,935일 기록

“나는 다시 모험의 길에 들어섰다. 가다가 잡히면 북송되어 죽을 수도 있는 길이었고, 한국이 그렇게나 좋다지만 막상 그곳이 정말 어떤지는 나도 알 수 없는 길이었다. 그래도 가야만 했다. 중국은 타향이지만, 한국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역사를 가진 나의 조국이었다. 그 사실이 나를 붙들어 일으켜 세웠다.”

 

‘19년: 탈출, 인신매매, 도망 그리고 되찾은 희망’(지식인하우스)을 지은 황선희(43·가명)는 북한에서 온 탈북자다. 1998년, 북한에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 가족의 생계를 지키고자 탈북했다. 24살 꽃 같은 처녀였던 그는 병든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의 굶주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여동생에게 한 달 후에 만나자고 신신당부하며 꽁꽁 언 압록강을 건넜다. 그때만 해도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평양에서의 짧은 기억을 시작으로 혹독했던 북한에서의 삶과 짐승처럼 하루하루를 버텨 내야 했던 중국에서의 삶을 담담하게 담아낸 ‘19년’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보통 소녀의 이야기 같아 더 시리고 아프다.

 

‘19년’은 저자가 가난으로부터 가족을 살리기 위해 북한 땅을 떠났던 날의 이야기부터 사과 한 알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했던 감시 속 중국 생활 이야기, 빼앗긴 자유와 삶을 되찾기 위해 한국행에 뛰어든 그날의 이야기까지 6,935일 동안 겪은 가슴 저리는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을 한 장 한 장씩 넘기며 ‘철책 안의 가시 박힌 삶’으로부터 ‘터널 밖 싱그러운 자유’까지 향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차츰 느끼게 될 것이다. 울타리 밖 이방인처럼 느껴졌던 그들도 결국 살고자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던 탈북민이라는 이름도, 결국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책장을 덮을 때 즈음 한 처녀 가장의 처절했던 삶이, 딸을 위한 엄마의 애절함이, 가족을 그리워하는 딸이자 언니의 애통함이 이 계절을 채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19년간 중국에서 신분증 없이 숨어 살며 고생하다가, 한국이라는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 2017년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이제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나는 한 살이다”라는 각오로 모든 것을 새롭게 알아 가며 새로운 인생에 대한 꿈과 희망을 피우는 중이다.

 

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그 어떤 아픔의 시간이라도 훗날 되돌아보면 인생의 보약이 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고, “절망의 순간은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가 아니다”라는 것을 꼭 알려 주고 싶은 사람. 살아온 기적에 감사하며 딸과 더 멋진 인생을 펼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저자는 북한과 중국에서 보낸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꿈과 자유란 그저 부유하고 여유 있는 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을 뿐, 그의 인생은 언제나 ‘당장 내일 굶지 않는 것’만이 목표였다고. 때로는 당을 위해, 때로는 가족을 위해, 그 긴 세월 동안 오직 남을 위해 살아왔던 저자는 자유 대한민국에 도착한 이후에야 비로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북한을 떠난 지 꼭 19년 만에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발걸음을 뗀 그녀는 이야기한다. ‘우리에겐 인생을 꿈꿀 자유가 있다’고. 그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확고히 깨달았기에, 다시는 그것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그녀는 오늘도 미소를 품은 행복한 마음으로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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