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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리자 '힘 실어준' 文… 조국, 檢에 반격 나서나

입력 : 2019-10-01 06:00:00 수정 : 2019-10-01 07: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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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보고서 “검찰총장에 지시한다” 이례적 표현/ 曺, 대검 사무국장 등 인사 건의/ 文 “수용”… 특정인 거론은 안 해/ ‘檢, 행정부 구성 정부기관’ 역설/ “검찰서 앞장서서 개혁 주체돼야”/ 曺 수사 끝나는대로 개혁안 착수/ “文, 조국 무죄 확신하나” 해석도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업무 보고의 성격은 한마디로 ‘조국 힘 실어주기’로 분석된다. 연일 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코너에 몰렸던 조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아 부처 장관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검찰이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기관임을 강조하면서 조 장관의 통제권 아래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조 장관이 건의한 대검찰청 감찰본부장과 대검찰청 사무국장 인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수용 의사를 밝힌 점이 주목된다. 다만 구체적인 후보자는 거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조 장관은 검찰과 미묘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인사 문제를 풀 권한을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9기 출범식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장관 인사 수용”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검 감찰본부장과 사무국장 인선 논의와 관련해 “인사에 대해서는 특정인을 거론한 것은 아니다”며 “(조 장관이) ‘인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장관이 전달한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께서는 ‘수용하겠다’고 말씀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인사에 대해 대통령이 신뢰를 먼저 보낸 셈이다.

대검의 행정과 회계 등을 담당하는 사무국장은 통상 검찰총장과 가까운 인사가 추천되면 법무부 장관이 이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해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강진구 수원고검 사무국장을 추천했지만, 법무부는 강 사무국장을 포함해 복수의 인물을 검증 중이라는 이유로 인선을 미뤄왔다.

또 대검 감찰본부장은 2개월째 공석이다. 이 역시 법무부가 검증 작업 중이라며 인선이 미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조 장관이 사무국장 인선을 통해 검찰을 통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검찰 통제를 위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3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업무 보고 내용 공개 이례적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우회 비판한 발언을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공개하면서 법무부 업무 보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법무부) 보고를 받겠다고 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채 비공개로 이뤄졌던 업무 보고가 끝나자 대통령의 지시 내용까지 담은 구체적이고 상세한 서면 자료를 냈다.

여기에는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대통령의 지시 사항도 담겨 있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 같은 일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며 “여러 다양한 부처의 보고를 받아왔고, 대통령이 원할 때 받기도 했고 부처가 필요해서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사후에 브리핑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엔 ‘수사 종료되면’… 검찰엔 ‘조속히’

검찰개혁의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보고한 검찰개혁안에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를 시행할 시점에 대해선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으로 명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관에 대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바로 시행 조치될 수 있도록 지금 바로 준비에 들어가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개혁안 시행을 위한 준비에 곧바로 착수하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 장관에 대한 무죄를 확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검찰총장에 대해선 검찰 나름의 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하여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마치고 위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연한 檢… 내부 단속 집중

 

“사실상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언급하며 검찰에 대한 통제를 언급하자 검찰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대통령 지시사항에 맞게끔 검찰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일선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조 장관 수사를 겨냥했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30일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윤 총장 취임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 적이 없고 법무부와 협조해온 것으로 안다”며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현재 논란이 되는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여론 분열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조 장관 수사가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으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해 문 대통령이 검찰 ‘누르기’ 차원에서 한 말”이라며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 입장에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도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 등에 대한 개혁을 주문하며 사실상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당시 대검은 “검찰개혁에 반대한 적이 없다”며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내는 등 진화에 나서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문 대통령이 연이어 조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힘을 실어주면서 마치 검찰개혁에 반대해 온 것처럼 비친 검찰 수뇌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겉으로는 침착한 모습을 보이나 대응 방식을 놓고 고민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검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검찰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진행은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대통령 발언에 대한 취지를 살펴보고 있고, 조만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기조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간부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할 때는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해두는 게 답”이라며 여권에서 나오는 지적을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9기 출범식 개회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지검 부천지청 장진영(40·사법연수원 36기) 검사도 이날 검찰 내부망에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글을 통해 “지난 정권 때도 그리 정권 눈치 살피지 않으시고 국정원 댓글 수사 하시다가 여러 고초를 겪고도 또다시 어려운 길을 가시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윤 총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검찰은 현재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해 여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논란에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한편, 내부단속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말한 날 검찰을 격려하며 떡을 돌렸다면 그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검찰은 “수사팀을 응원하는 취지로 국민들께서 보내신 빵과 떡 등 3상자를 담당 직원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전달했을 뿐”이라며 윤 총장이 떡을 돌렸다는 이야기에 선을 그었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분수령을 맞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공범으로 보고 조만간 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김달중·김건호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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