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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100% 의존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 성공 [넘버원 코리아!… 기술독립 위해 뛴다]

입력 : 2019-10-01 03:00:00 수정 : 2019-09-30 22: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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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풍산시스템 / LG와 2000년대 초반부터 공동연구 / ‘컬러필터 노광기’ 국내 첫 국산화 개가 / 美·日 양분 폴리이미드 잉크젯도 개발 / “기술 쌓아 100년 넘는 강소기업 될 것”

“중소기업은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대기업이 계속 같이 가줄지를 걱정하고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의 기술 보안과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데 신뢰와 열정으로 이를 극복하고 기술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30일 경기도 군포시 풍산시스템 군포공장에서 만난 정윤수 대표는 디스플레이 핵심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풍산시스템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후 핵심 소재와 장비 국산화에 성공해 주목받은 LG디스플레이의 주요 협력사 중 한 곳이다.

풍산시스템은 LG디스플레이가 일본에 100% 의존해온 컬러필터 노광기를 제작하기 위해 LG전자의 소재·생산기술원과 2000년대 초반부터 머리를 맞댔고, 일찌감치 국산화한 덕분에 이번 일본 수출 규제 파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컬러필터 노광기는 LCD(액정표시장치)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유리기판에 극자외선(UV) 광원을 활용해 초정밀 미세 패턴을 그려주는 장비다. 일본 NSK사가 독점해 왔으나, 풍산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2005년부터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측은 “컬러필터 노광기를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공급자 납기 일정에 맞추느라 제때 장비를 공급받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며 “풍산시스템이 오랜 전략협력사로서 디스플레이분야 다양한 장비 제작 경험과 우수한 역량,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어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은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핵심 소재, 부품, 장비 기술을 국산화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987년 LG전자 산하에 설립된 연구원이다.

30일 경기도 군포첨단산업지에 위치한 풍산시스템 군포공장의 클린룸. 직원들이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다’는 표어가 내걸린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풍산시스템 제공

LG측 전문인력들이 장비를 설계하면 풍산시스템은 해당 장비를 제작하고 셋업(설치)했다. LG 전문인력들은 수시로 풍산시스템의 회의에 참석하고 일손이 달리면 함께 장비를 조립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노광장비 시뮬레이션을 할 때 계속 수율이 안 나와서 고민이었는데 LG 연구원이 수학공식으로 계산한 값으로 장비를 다시 설치해 해결했다”며 “대기업의 인프라 역량과 중소기업의 유연성을 잘 활용하면 큰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풍산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쌓인 LG측은 그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일본 세이코 앱손과 미국 카티바가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폴리이미드(PI) 잉크젯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액정에 일정한 방향성의 빛이 통과되도록 기판 위에 배향막을 PI막으로 도포하는 기술로, 2010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2013년에는 세계 최초 OLED TV용 베젤(테두리) 잉크젯을 개발했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TV용 대형 OLED 패널 베젤에 블랙 잉크를 인쇄해 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1991년 정 대표가 직원 1명과 함께 창업한 풍산시스템은 2000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350명 규모의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장비 및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장영실상, 지식경제부장관상(기술혁신) 등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LG와 현대기아자동차의 우수협력사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견실한 회사를 키우려다 보니 외형을 크게 확장하지는 못했다”면서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투자할 수 있고, 차곡차곡 기술과 내실을 갖춰 100년 넘는 강소기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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