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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 유족 恨 몰라… 유해 인도 후 공감대 느껴” [잊힌 자들의 머나먼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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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19 06:30:00 수정 : 2019-09-18 22: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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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노히라 東亞시민네트워크 대표 / 1970년대 조선인 위패 발견 이후 / 유해 수습과 유족들 찾는 일 계속 / 1990년 충북 한 유족에게 첫 반환 / 北 출신 유해 12위 봉환에도 힘써

“유골은 잃어버린 생명입니다. 강제동원 유족들에게 유골을 돌려주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만 합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40여 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해 봉환 운동을 이끌고 있는 도노히라 요시히코(殿平善彦·사진)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대표는 1970년대 슈마리나이댐 공사 현장에서 조선인 위패를 발견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해를 수습하고 유족을 찾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의 전신인 ‘강제연행 강제노동 희생자를 생각하는 홋카이도 포럼’의 창시자이자 사찰 ‘이치조’의 주지승이다.

도노히라 대표가 유해봉환 운동에 뛰어든 것은 재일교포 지인과의 인연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재일교포라는 존재를 알게 됐어요. 재일교포 지인으로부터 전쟁 때 강제동원으로 일본에 오게 된 얘기를 듣게 된 거죠.”

그는 전두환정부 시절이던 1982년 사비로 한국을 찾아 경상도와 충청도를 돌면서 직접 유족을 찾아다녔다. 사찰 주지로 일하며 모아 온 돈을 유해 발굴 작업과 송환에 쏟았다.

“처음에는 유족들이 저를 보고 굉장히 화를 내고 분노했습니다.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끌고 가서 아무런 보상도 안 해주고 갑자기 찾아와서 뭘 하는 거냐’면서요. 그 분들한테는 아마 제가 처음으로 찾아간 일본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당시 그런 것(유족들의 한과 분노)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더 굉장한 놀라움이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이 이어진 끝에 1990년 처음으로 충북의 한 유족에게 정식으로 유해를 인도할 수 있었다.

“당시 유족들이 ‘보상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제게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부나 기업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유해만 돌려줄 수밖에 없었죠. 대신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 온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유해를 받겠다고 하더군요. 이후 유족들이 우리의 운동을 점점 더 이해해주기 시작했고, 한국 시민운동 참가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승려들도 중간에 나서서 역할을 많이 해줬고, 덕분에 더 정중하게 유해를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유족들의 깊은 슬픔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유해 인도 전에는 서로 공감대를 이룰 수 없었는데, 유해 인도 이후에는 분위기가 아주 따뜻해졌습니다. 공기가 바뀐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걸 느꼈습니다.”

북한 출신 유해 12위를 봉환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도노히라 대표는 지난 5월 중순 평양에도 다녀왔다. “북한 대외문화협력위원회 관계자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장 이렇다 할 대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운동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서로 계속 노력하자는 약속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북한과 국교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해를 보관하고 있는 상태인데, 앞으로 북한 유해봉환을 실현하고 싶고, 그렇게 되길 기원합니다.”

그는 최근의 한·일 관계 악화 흐름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한국과 일본의 시민, 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일 관계가 정말 좋지 않은데, 그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중심의 내셔널리즘을 부추기고 있는데, 지난 역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돌아봐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홋카이도=장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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