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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는 배우보다 다양한 삶 살아 … 상상의 나래 펴기 좋아요”

입력 : 2019-09-17 21:15:00 수정 : 2022-07-20 16: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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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니버스 ‘벅스봇 이그니션’서 목소리 연기 구자형·김가령 성우/ 숲 치료·방화 놓고 두 곤충족의 배틀물/ 28년차 베테랑·5년차 女프리랜서 호흡/ 벅스봇 변신 용사·女초등학생 역 맡아/ 성우 활동 영역 늘어 꾸준한 공부 필요/ 동영상 서비스 외화·게임 더빙 등 급증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드림타워의 투니버스 애니메이션 ‘벅스봇 이그니션’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구자형 성우(왼쪽)와 김가령 성우. 두 사람은 “성우는 배우보다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성우가 되기 위해, 또 성우가 되고 나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상윤 기자

28년차 베테랑 성우와 5년차 막내 프리랜서 성우가 만났다. 어린이 전문 방송 채널 투니버스의 애니메이션 ‘벅스봇 이그니션’에서다. KBS 성우극회 23기 출신인 구자형(54) 성우와 투니버스 성우극회 9기 출신 김가령(33·여) 성우가 그 주인공.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드림타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성우는 배우보다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성우가 되기 위해, 또 성우가 되고 나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투니버스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5시30분 방영되는 ‘벅스봇 이그니션’은 숲을 치료하려는 장수풍뎅이족과 숲을 불태우려는 사슴벌레족이 전쟁에서 이기려 인간들과 계약을 맺고 전투를 벌이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구 성우는 곤충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벅스봇, 장수풍뎅이족의 용사 ‘카로스’를, 김 성우는 숲을 정화하며 벅스봇을 돕는 초등학생 여주인공 ‘고아라’를 맡았다.

 

투니버스 애니메이션 ‘벅스봇 이그니션’의 주인공 카로스(왼쪽 사진)와 고아라. 구자형 성우와 김가령 성우가 각각 카로스와 고아라 역할을 맡아 생생한 목소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CJ ENM 제공 (c)bugsbot copyright holders

투니버스에는 두 사람과 같은 프리랜서나 전속 성우를 비롯해 총 81명의 성우가 활동 중이다. 성우들이 녹음실로 향한다고 하면 동시녹음을 떠올리기 쉽지만 2010년을 전후로 개별 녹음 방식이 정착했다. 구 성우는 “녹음 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각자 따로 녹음한 뒤 PD와 엔지니어가 음악, 효과음을 넣는다”며 “연출자의 디렉팅이 정확하면 쉽게 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의 변화는 성우들의 활동 영역도 넓혔다. 다큐멘터리 등 내레이션은 줄고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외화나 게임 더빙이 늘었다. 김 성우는 “노하우가 많지 않은데 그림(영상)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했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저는 성우가 되고 나서 비로소 성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뒤 진짜 열심히 공부했죠. 지금도 계속 공부해요. 최근엔 한 7년간 책 낭독을 연마했고 ‘북텔러리스트’란 팀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우에게 기본적으로 ‘전달’이 중요하지만 요즘에는 ‘공감’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영화를 보면 잘 안 들리는 대사가 많잖아요. 말 자체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는 추세죠.”(구 성우)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우란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채 시험을 보기 시작했는데, 오래 시험을 보다가 2015년에 합격했어요. 성우가 되기 전 ‘목소리가 성우 같다’는 말을 들어 본 적 없어요. 예전에는 목소리를 들으면 누군지 알 수 있는, 개성이 강한 분이 많았는데 요즘엔 개성이 뚜렷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소리를 가진 성우가 많아요. 저도 발성 연습을 진짜 열심히 해서 소리가 많이 바뀐 편입니다. 발음 연습은 지금도 매일 하고 있어요. 타고난 성우도 있지만 노력형 성우가 굉장히 많습니다.”(김 성우)

성우의 매력을 묻는 말에 두 사람은 23년의 경력 차를 뛰어넘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배우든 성우든 다른 삶을 살죠. 성우로서 더 좋은 건 그 다른 삶이 인간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의인화된 동물, 외계인, 영혼까지 다양하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어요. 어린이 프로그램은 꾸준히 해 왔습니다. 이제 그만~.(웃음) ‘꼬꼬마 텔레토비’ 주제가, 제 노래입니다. 그 세대들이 20대, 30대가 되고 성우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뿌듯해요.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데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죠.”(구 성우)

“저도 선배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투니버스의 경우에는 3년간 전속 성우를 하면서 여러 캐릭터를 빨리빨리 왔다 갔다 하는 게 익숙해지도록 트레이닝을 많이 받습니다. ‘벅스봇 이그니션’은 배틀물이라 소리를 지르며 격하게 싸우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런 장면을 녹음할 때 스트레스를 좀 풀기도 해요. ‘내가 상대해 주겠어!’, 이런 말은 평소에 잘 하지 않잖아요.(웃음)”(김 성우)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드림타워에서 만난 구자형 성우. 하상윤 기자

두 사람은 또 부단한 노력 못지않게 다양한 경험을 강조했다.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줄임말)’라고 하죠. 덕후 친구들이 ‘나도 (성우) 해 볼까’ 하는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성향에 따라 사회생활이나 다른 사람과의 공감대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어요. 보다 폭넓은 사회경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성우가 돼서도 중요하죠.”(구 성우)

“저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망생 시절, 수험 기간이 길어져서 다른 쪽에 관심을 돌린 게 도움이 됐거든요. 성우 시험이 자주 있는 게 아니라 방송 오디션을 많이 봤어요. (종이접기로 유명한) 김영만 선생님과 케이블방송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 지역 방송에서 라디오 디제이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자기 세계에 빠지지 않게 해 줬죠.”(김 성우)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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