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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에 귀 닫은 과거 정부도 책임” [잊힌 자들의 머나먼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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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17 06:00:00 수정 : 2019-09-16 2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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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피해보상추진協 이희자 대표 / 피해자 대부분 세상 떠나 ‘기록’ 더 중요 / 패소 뻔한데도 日에 계속 소송 거는 건 / ‘엉터리 판결’도 기록적 가치 있기 때문

“지금의 한·일 갈등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짓밟힌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한국 정부가 받아주질 않았어요.”

최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만난 이희자(76·사진)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는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일본 우익의 목소리가 커진 데는 피해자를 외면한 과거 한국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동원 피해를 겪은) 할아버지들이 살아계실 때 ‘내가 그 불행한 시대에 태어났고 역사를 경험한 산 증인이기 때문에 내 손으로 해결해야 일본이 거짓말을 못 한다, 꼭 사죄받아야겠다’고 하셨어요. 역사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일본이 또다시 우리를 공격할 거라면서요.”

생존 피해자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난 가운데 이 대표는 그분들의 뜻을 이어가며 기록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피해를 입증하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려면 공식 기록이 있어야 했다. 모진 고생을 겪고도 소속 부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할아버지들도 있었고, 김학순 할머니가 “내가 일본군 ‘위안부’였다”고 증언했을 때 “증거가 있느냐”고 공격하는 일본 우익의 모습을 보며 그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이 대표는 1990년대부터 그를 찾아오는 모든 유족과 생존 피해자의 사연을 듣고 남겼다. 일본 사법부에 소송도 제기했다. 이 대표는 “기록이 있어야 진상규명도 할 수 있고 유골도 찾을 수 있다”며 “일본 사법부가 전혀 받아주지 않는, 만날 지는 재판을 하는 이유는 그런 엉터리 판결이라도 받아놔야 후세대에게 역사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꽁꽁 감춰 놓은 기록을 받아내는 건 피해자 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정부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0년대 초반 특별법 제정에 사활을 걸었다. 그때까지 양국이 공개하지 않았던 1965년 청구권협정 문서공개 운동도 진행했다. 그 피땀이 모여 2004년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그는 “아직까지도 기록과 유골을 못 찾은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정권이 바뀌면서 위원회가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 많은 세월이 흐른 만큼 생존 피해자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녀 세대 유족도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 대표는 “할아버지들의 말씀이 예언이라도 된 것처럼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역사왜곡과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며 “역사를 잊어버리고 되풀이할 게 아니라면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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