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세계인이 즐기는 한식, 그리고 한식진흥법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9-09-17 00:15:59 수정 : 2019-09-17 00:15: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다른 문화권에 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고유의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각기 발전해 온 민족음식(Ethnic Food)은 그 독특함 때문에 친숙해지기 어렵다. 푸른곰팡이가 피어 있는 프랑스 로크포르 블루치즈를 처음 접하는 한국인은 일단 그 냄새와 모양에 기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단 적응하여 그 맛을 알고 나면 소위 ‘인’이 박히고 계속해서 그 음식을 찾게 된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그래서 일찍이 이탈리아, 일본, 태국은 자국의 음식문화에 세계인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그 결과 피자, 스시, 똠양꿍 등이 세계 각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소스류를 중심으로 농식품 수출이 늘고, 조리사 등 전문 인력의 해외진출도 이뤄져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식의 인기도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미식가들의 가이드북,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한식은 약진했다. 올해 뉴욕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한식당은 4곳으로 2012년에 한 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한식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에서 운영하는 한식당도 지속적으로 늘어 처음 조사했던 2009년 9000여개에서 2017년 3만여개로 급성장했다. 정부가 발표한 ‘2019 해외 한류실태 조사결과’에서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와 연상된 이미지로 ‘한식’을 꼽아 K팝과 함께 ‘한류 확산’의 주역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인기에 비해 한식 확산의 국내외 여건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국내에서 한식당은 일식·서양식에 비해 업체, 종사자 단위 매출액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경영방식이 낙후된 곳이 많다는 뜻이다.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식재료 국산화에도 한계가 있다. 또한 해외로 진출하는 한식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으나, 그 증가율이 2016년 52.5%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정부는 이러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8월 말 ‘한식진흥법’을 공포했다. 한식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식문화의 해외 확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또한 한식진흥원이 법에 의한 특수법인이 되면서 한식 진흥을 총괄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지위를 얻게 되었다.

한식진흥법이 시행되기까지 정부는 입법의 취지를 살려 하위 법령 제정과 신규 제도와 사업 도입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위 법령에는 한식 분야 일자리 창출, 국내산 식재료의 수출 확대, 한식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할 것이다.

한식의 국내외 확산을 위해 관련 부처 등과의 협업체계를 명확히 하고, 한식과 농업의 연계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추진해 왔던 정책과 사업의 성과를 면밀하게 점검하여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한식진흥원의 기능과 위상도 한식 진흥 총괄기관에 걸맞게 재정립해야 한다.

한식진흥법이 시행되는 2020년은 한식 진흥정책을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0년이 한식 세계화를 위한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는 시간이었다면, 향후 10년은 한식의 산업적 기반을 탄탄히 하고 세계적으로 대중화하는 본격적인 성장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새롭게 제정된 ‘한식진흥법’이 한식 성장의 촉매제가 되어 줄 것이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