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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마이너스 소비자물가, 석유·농산물 값 하락 때문”?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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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16 11:44:33 수정 : 2019-09-16 11: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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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통계청이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의 가격하락과 기저효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 등을 원인으로 파악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정부 정책(유류세, 교육복지 등) 등의 영향으로 물가 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 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거시경제협의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하락 등 공급 측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유가와 농산물가격이 소비자물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과연 통계청의 설명대로 석유류와 농산물가격이 하락한 것일까? 8월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에 석유류와 농산물가격 변동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까?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변화 추이, 전문가 의견을 따져보니 대체로 사실이었다.

◆ 물가가 마이너스? ‘소비자물가지수’ 어떻게 구하나

 

통계청은 매달 초 보도자료와 통계청 홈페이지(http://kostat.go.kr)를 통해 지난달의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사는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변동을 측정한 지수다. 즉,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라고 이해하면 쉽다.

 

조사 품목은 상품과 서비스 등 460개에 달한다. 이들 품목은 2015년에 한 가계동향조사 결과 1인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총액의 1만분의 1(월평균 231원) 이상이고 동종 상품군의 가격을 대표할 수 있으며 계속 조사가 가능한 품목으로 선정됐다. 조사는 전국 38개 주요 도시에서 2만5000개의 소매점포·서비스업체, 약 1만800개의 전월세 가구를 선정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을 기준(100)으로 해서 나타낸다. 보통 전년 동월과 대비를 해서 나타내는데,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지난해 같은 달 104.85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는 통계청 기준이 아니라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계산하면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0.038% 떨어진 것으로 나온다. 이는 1966년 모든 도시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한 옛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 시절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숫자다.

 

처음으로 나타난 마이너스 성장률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기도 한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디플레이션 현상이 아니다”며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요인으로 ‘농산물가격’ 하락과 ‘국제유가’ 등을 들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통계청 박은영 서기관은 “통상 물가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이렇게 마이너스에 가까운 경우가 없었다”며 “이번에 물가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있었다고 보는데 그게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라고 강조했다.

 

◆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얼마나 하락했길래?

 

작년과 비교해 농수산물 가격이 얼마나 하락한 걸까? 품목성질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비교한 결과, 작년 8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18이었던 반면 올해 8월은 109로 떨어졌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7.3% 하락한 것이다. 특히 작년 8월은 폭염과 태풍 등으로 농산물가격이 평년보다 많이 올랐던 상태여서, 올해 하락 폭이 더 큰 기저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8월27일을 기준으로 배추(상품·10kg) 도매가격은 8200원이었다. 평년 가격은 1만3310원인 반면 지난해에는 2만3600원까지 가격이 올랐었다. aT는 당시 채소 가격 상승세를 두고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 뒤 찾아온 태풍과 집중호우로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어떨까? Macrotrends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년간의 국제유가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브렌트유 기준 작년 8월 배럴당 77달러까지 올랐으나, 올해 8월에는 55달러까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바이유도 작년 8월에 배럴당 72달러였지만 올해는 59달러로 하락했다. 휘발유는 작년 8월 1618원에서 올해 8월 1494원으로 유류세 인하 효과까지 합쳐져 하락 폭이 확대됐다.

 

◆농축수산물 가격과 석유류 가격이 소비자물가 변동의 주된 요인?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작년보다 다소 하락했다. 그렇다면 농축수산물 가격과 석유류 가격 증감폭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주로 영향을 주는 것일까?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지는 가중치는 그렇지 않다. 현재 품목성질별 가중치는 2017년을 기준으로 개편됐는데, 각각의 품목에 ‘1000분의 몇’ 하는 식으로 차지하는 비중을 매기는 식이다. 농축수산물은 1000을 기준으로 봤을 때 77, 석유류는 43 정도에 불과하다. 합해도 10분의 1 정도의 가중치를 가지는 품목들이 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 박은영 서기관은 “농축수산물은 비중은 작지만 월별 변동률이 높아서 소비자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가중치로 봤을 때 공업제품 중 석유류를 제외한 요인이나 다른 서비스 등이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의 하락폭이 이번에 크게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은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를 따로 제공하고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소비자물가조사 460개 품목 중 가뭄이나 장마와 같은 계절적인 요인이나 국제유가 변동 등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물을 제외하고 물가변동의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곡물 외의 농산물과 석유류 품목을 제외한 407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경제상황에 따라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기 때문에 ‘근원물가지수’라고도 부른다. 올해 8월 근원물가지수는 0.9%를 기록했다. 지난 3월부터 0.8~1.0%를 유지하는 중이며, 이번 달 역시 큰 변화는 없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정규철 연구원은 “농산물가격과 석유류 가격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중치는 적더라도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는 것은 맞다”며 “그런데 물가 목표치가 2%인데 제외지수(근원물가지수)가 0.9이면 석유류와 농수산물 지수를 빼더라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농산물과 석유류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농축수산물 물가가 많이 올라서 작년 11월까지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많이 높아졌었기 때문에 올해 11월까지는 이와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낮게 나올 전망”이라며 “이 요인이 없어지는 연말부터는 안정권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작년에 비해 하락했으며, 올해 소비자물가동향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지수가 여전히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디플레이션을 대비해 다양한 요인의 관찰이 필요하다.

 

장현은 인턴기자 jang54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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