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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삼성-LG TV전쟁, 40년 반목의 역사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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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15 09:47:14 수정 : 2019-09-15 09: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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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17년 10월 자사의 QLED와 비교해 LG전자 OLED의 번인현상을 저격한 광고. 유튜브 캡쳐.

 

LG전자가 독일 베를린 IFA에서 8K(해상도7680X4320) TV를 놓고 삼성전자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두 회사의 TV 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두 회사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 십년간 TV, 세탁기, 냉장고 등 주력 분야마다 신제품의 경쟁력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양사의 CEO가 전세계 시선이 집중되는 국제 무대에서 상대 회사의 최신 기술이나 신제품 품질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공격의 선봉에 서면서 자존심을 건 사투가 되곤 했다. 그리고 비방 마케팅 등의 진흙탕 싸움을 거쳐 국내외 법정 공방까지 가서야 일단락 되는 수순을 밟아왔다.

 

국내 가전시장을 양분하고 나아가 세계시장 1위를 다투는 두 회사의 다툼은 집안 싸움이 아니라 세계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혈투나 다름 없었다.

 

◆긴 싸움의 역사, TV

 

삼성과 LG의 반목의 역사는 4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 구인회 LG 창업주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초등학생 시절 동문수학한 사이다. 그리고 1956년 구 회장의 셋째 아들이었던 구자학 아워홈 사장과 이 회장의 셋째 딸 이숙희씨가 혼인하면서 두 기업은 사돈지간이 됐다.  

 

구 회장은 1959년 금성사를 설립해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시작으로 TV(1966년), 냉장고(1965년), 에어컨(1968년)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1등 전자회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돈이었던 삼성이 1969년 전자사업에 뛰어들면서 두 기업은 라이벌의 숙명을 비껴갈 수 없었다.

 

전쟁의 시발은 TV였다.

 

1992년 LG전자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특허권을 둘러쌓고 소송전을 벌였다. 이 사건은 결국 양사가 특허를 공유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2012년 9월27일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내면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 갤럭시 시리즈 가 LG전자의 핵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특허)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삼성디스플레이로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 11명이 기소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손해배상 청구 등 맞소송을 내며 격화되다가 결국 양측이 소를 물리면서 일단락됐다. 

 

2017년 10월에는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제목의 광고 영상으로 LG전자의 OLED TV를 저격했다. 

 

이 영상에는 대형 강당에 삼성전자의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와 OLED 패널을 설치한 뒤 게이머들에게 12시간 연속 비디오게임을 하게 한 후 화면을 비교하는 장면이 담겼다. 올레드 패널의 잔상을 부각시킨 뒤 ‘12시간의 테스트 이후 QLED에는 잔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동영상은 마무리된다. 올레드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꺼도 잔상(얼룩)이 남는 이른바 ‘번인 현상’을 지적한 광고로, 경쟁사 제품을 직접적으로 공개 비판한 이례적인 광고로 평가됐다.

 

그리고 2년 후인 2019년 9월 LG전자의 반격이 시작됐다. 

 

LG전자가 7일부터 시작한 TV 광고. 삼성전자 QLED와 비교해 자사의 OLED TV 강점을 부각시켰다. LG전자 제공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LG전자 박형세 TV사업운영센터장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시장 선점에 나선 8K TV의 화질 선명도에 대해 “국제기준 미달”, “가짜 8K”라고 강도 높게 공격했다. 또 자사TV와 삼성전자 TV를 나란히 전시하며 OLED의 우위를 강조한데 이어 6일에는 비교광고로 공격 수위를 높였다.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 알기’라는 광고에 ‘LED TV의 앞글자가 여러 알파벳으로 교체되다가 ‘QLED’가 됐을 때 “앞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라는 코멘트가 이어진다. 삼성의 QLED TV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사의 OLED TV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액정표시장치) TV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LG전자는 17일 서울에서 8K TV 설명회를 열겠다며 사실상 2차 공격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측은 일단은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양사를 둘러싼 전운은 고조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QLED TV 판매량은 190만대, OLED TV 판매량은 13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OLED TV 총판매량이 QLED TV를 앞섰지만, 올해 들어 역전된 것이다. OLED TV 진영과 QLED TV 진영을 각각 대표하는 LG와 삼성이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100억대 소송으로 비화된 냉장고 전쟁

 

두 회사는 냉장고를 두고도 백억대 소송을 내는 등 격하게 맞붙었다.

 

2012년 냉장고 시장의 성수기인 8월 삼성전자는 유튜브에 ‘멀쩡한 냉장고에 왜 물을 부을까?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려고’라는 카피가 들어간 동영상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급인 900리터 지펠 냉장고 ‘T9000’를 출시한 후 LG전자가 910리터 크기의 4도어 디오스 냉장고 ‘V9100’로 맞불을 놓자, 삼성의 냉장고 용량이 더 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비교광고였다. 

 

이에 발끈한 LG전자는 삼성전자가 허위 광고를 했다며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에 이어 기업 브랜드가치가 최소 1% 하락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싸움은 법원의 중재로 1년만에 끝이 났지만 양사의 앙금은 더욱 깊어졌다.

 

◆극단까지 간 세탁기 전쟁

 

양사의 감정싸움이 극단에 치달은 것은 2014년 세탁기 전쟁이었다.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행사 기간 중 LG그룹 조성진 대표이사 부회장(당시 LG전자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삼성전자가 내놓은 ‘크리스탈 블루’라는 신제품 세탁기를 보기 위해 베를린 최대 가전 양판장 ‘자툰(SATURN)’에 들렀다. 삼성은 문이 90도 밖에 열리지 않던 기존의 드럼세탁기와 달리 170도까지 활짝 열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엔지니어 출신인 조 사장은 이 자리에서 세탁기의 도어(문)를 열고 위에서 눌러보며 얼마나 튼튼한지 살펴봤다. 그런데 그가 다녀간 후 이 제품의 도어 연결부(힌지)가 고장났다. 

 

CCTV를 확인한 삼성전자는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고, LG전자 역시 증거위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법원은 1·2·3심에서 연거푸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조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수미 기자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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