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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징역 3년 6개월 확정…‘성인지 감수성’ 논란 점화되나

입력 : 2019-09-09 14:48:12 수정 : 2019-09-09 14: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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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증명력을 배척하면 안 된다.”

 

9일 대법원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확정 판결하면서 근거로 든 ‘성인지 감수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성범죄 혐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객관적 증거 외에도 사회 내 성차별 문제 등 피해자가 직면했을 특수한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법조계에선 “성차별 등 사회 현실을 감안한 판결”이란 반응과 “불명확한 개념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대법원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야”

 

이날 대법원은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받아들였다. 안 전 지사는 검찰이 기소한 10개 범죄 행위 중 9개가 유죄로 판가름났다. 그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자신의 수행비서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법원이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 확정 판결하며 언급한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범죄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법원은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 등 특수한 사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원칙이다. 최근 미투 열풍이 불면서 해당 개념이 주목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 변호사는 “조직 내 상급자가 하급자를 성추행할 때, 하급자가 곧바로 피해를 신고 못 했다고 해도 상급자가 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란 것”이라며 “성범죄 피해를 본 하급자는 조직 내 낙인 등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상고심 기각 결정에 환호하는 여성단체 회원들.

대법원도 이날 성범죄 유무죄를 판단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법원이 성폭행 사건 등을 심리할 때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중심의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를 알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불이익한 처우 등을 입기도 한다”며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에도 학생을 성희롱 했다는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을 취소하라고 한 항소심 판결이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판단이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성인지 감수성 인정 환영” vs “불명확한 개념을 법리에 적용”

 

여성단체들은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인정한 이날 판결을 크게 반겼다.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은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들어낸 승리”라며 “앞으로 조직 내 성평등 문화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 대법원 판례가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도 “오늘 대법원은 ‘피해자다움’에 갇혔던 성폭력 판단 기준이 잘못됐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며 “이제 ‘피해자다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성인지 감수성’이란 원칙이 지나치게 불명확히다는 지적도 있다. 형사법은 명확성의 원칙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피해자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해당 개념은 지나치게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무고한 사람이 성범죄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한 변호사는 “자칫 성범죄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갖고 피의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형법은 명확해야 하는데,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은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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