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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바다 / 플라스틱에 오염돼 부메랑으로 / 해양개발의 논리로부터 탈피 / 원형보존·되살려내는 일 중요

‘바다’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넘실대는 파도에 쉬 취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에 이성을 잃는 것도 필경 바다의 마력 때문일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 밤’ 등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공감을 얻는 것도 바다, 해양의 본질적 매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바다로 바다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단지 가사와 멜로디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박치완 한국외국어대 교수 문화콘텐츠학

올여름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주도를 두 번이나 찾게 됐다. 7월에는 ‘태평양시대 제주의 해양경제와 해양생태문화’라는 주제의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고, 8월에는 ‘한중일 해양문화콘텐츠산업과 문화원형’이란 주제의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두 학술대회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는 ‘해양문화콘텐츠’였다. 처서가 지나 이미 여름 더위는 누그러들었건만 나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재생, 관광, 생태, 레저, 산업 등의 해양문화콘텐츠 관련 텍스트들이 꿈틀대고 있다.

해양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 경향이다. 21세기를 ‘해양의 세기’로 규정하면서 대한민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해양산업의 발전에 온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해양적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적 전환이 많은 사람에게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해양이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인류의 삶이 해양과 밀착돼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해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인간 사회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양은 한 국가를 먹여 살리는 경제적 토대가 되기도 하고, 전 세계로 상품과 에너지를 운송하는 길인가 하면 문화를 전달하는 항로이기도 하다. 해양은 사실 국경으로 고정된 육지와 달리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초국가적 자산이다. 그런 만큼 해양은 어느 한 국가의 소유물이나 새로운 투자처가 아니라 지구촌 모든 시민의 공동의 샘물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신음하는 거북이의 영상이 전 세계 시민들에게 해양오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1억50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떠다니고 있으며, 매년 800만t씩 추가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플라스틱이 해양에 유입돼 600종 이상의 해양생물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2050년이면 해조의 99%가 플라스틱을 섭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초미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에서는 2018년 6월 8일 세계해양의 날 ‘깨끗한 바다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새로운 바다해양학’을 통해 해양생태를 되살리고, 기후환경변화나 지표면 상승과 같은 범지구촌적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학문운동이 제기되고 있다. ‘세기의 전환기에 바다를 위한 명령’에서 로버트 프리드하임은 “21세기의 해양개발, 해양정책은 인간이 해양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데 있다”고 못 박고 있다.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육지 개발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인간의 욕망,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념이 정확히 이런 상황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해양을 생태적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적·산업적 기준을 세우고 새로운 해양문화 트렌드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양의 원형을 보존하고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해양을 개발의 논리로부터 탈피시켜 ‘재고’해야 할 때다.

가슴을 설레게 했던 바다가 ‘재앙’이라는 기표로 우리 앞에 다가서 있다. 누구든 상상의 바다만으로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면 그 바다는 이미 매력을 상실한 바다일 것이다. 모든 생명의 시원(始原)에 대한 그리움, 해양 엘레지아야말로 해양문화콘텐츠의 출발 아닐까.

 

박치완 한국외국어대 교수 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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