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정농단 3년 만에 최종판단…판결 내용 · 달라진 혐의는? [뉴스+]

관련이슈 최순실 게이트

입력 : 2019-08-30 06:00:00 수정 : 2019-08-30 07:46: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판결 내용 뭔가 / 영재센터 지원금도 대가관계 인정 / 이재용, 뇌물·횡령액 50억원 추가 / 파기 환송심서 형량 바뀔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1심 89억→2심 36억→상고심 86억.’

 

대법원의 29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횡령액수는 원심보다 50억원이 추가된 86억원으로 늘어났다.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이 이날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공여한 뇌물액을 항소심 인정액(36억원)보다 50여억원 많은 86억여원으로 판단한 이유는 말 3마리 구입 비용(34억원)과 동계스포츠재단 지원금(16억원)을 뇌물로 봤기 때문이다. 말 3마리에 대한 실질적인 처분권이 최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최씨에게 정유라가 탈 말과 최씨가 요구하는 돈을 지급한 이 부회장 등이 최씨로부터 말 소유권을 갖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양측 사이에 말을 반환할 필요가 없고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연합뉴스

대법원은 또 항소심과 달리 이 부회장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당시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승계 작업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부정 청탁 대상 의미와 당사자의 인식이 뚜렷하지 않다며 승계 작업을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 대상인 직무행위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며 “부정한 청탁 내용도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이 부회장 등의 영재센터에 대한 자금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에 비추어 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용역대금 36억3484만원을 송금했다는 혐의(재산국외도피)에 대해서는 “도피 고의가 없었다”는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최씨에게 마필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말 3마리에 대해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고,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영재센터 지원금도 뇌물에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액을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으로만 한정했고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으로 향후 이 부회장에게 적용될 뇌물 금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남에 따라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선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뇌물 혐의 이외에 개인 돈이 아닌 삼성의 법인 돈을 이용했기 때문에 삼성에 대한 ‘횡령’ 혐의도 받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있다. 지난해 2월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국정농단 사건' 선고 시작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말 구입비, 뇌물로 보기엔 증거 부족” 일부 대법관 “2심 판결 옳다” 반대 의견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국정농단’ 상고심 판결에서 일부 대법관들은 반대의견을 밝혔다.

 

다수 대법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무죄를 받은 ‘말 3마리’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인정했지만, 일부는 2심 판단이 옳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놨다.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34억원 상당의 말 구입비를 뇌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을 배경으로 승마지원을 받은 것이므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최씨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이 최씨가 아닌 삼성 측에 있었다는 것이다.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윗 줄 가운데)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자리를 채운 방청객들이 재판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 대법관 등은 삼성이 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여원의 부정청탁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묵시적 청탁’의 대상이 된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은 정도로 입증되진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사후적·결과적으로 효과가 일부 확인된다는 것만으로 부정청탁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보는 다수의견에 반대의견을 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 최씨에게 승마 관련 뇌물을 건네도록 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죄’만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법관은 “최씨가 실제로 수수한 이익은 모두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필요로 하거나 누릴 수 있는 이익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朴 양형 분리… 처벌수위 높아질 듯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을 추가로 받게 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순실씨의 경우 유죄를 받은 강요죄에 대한 혐의를 벗어나게 됐지만 처벌수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원합의체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1·2심 선고가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다른 혐의와 분리 선고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등 공직자의 경우 피선거권 박탈 사유가 되는 뇌물죄를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서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열릴 박 전 대통령의 2심에서 양형이 분리되면 여러 혐의를 한데 뭉쳐 하나로 선고하는 경합범보다 전체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법원은 최씨에 대해선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은 없었다고 봤다. 하급심 재판부는 최씨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에 대한 재단 출연 요구나 현대자동차에 대한 납품계약 체결 및 광고발주 요구, KT에 대한 채용·보직변경과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는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강요죄 협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삼성이 ‘강요’에 의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말 3마리의 소유권을 넘겨줬다는 주장도 배척될 전망이다. 다만, 최씨의 형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경우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와 상관없이 뇌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모의한 점이 인정되는 만큼 두 사람에게 ‘공동정범’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김건호·유지혜·정필재 기자 scoop312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