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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모두 실망”…달라진 미국, 어디까지 중재 나설까?

입력 : 2019-08-30 06:00:00 수정 : 2019-08-30 08: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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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국방 “北·中 위협 맞서 협력” / 한국에 집중됐던 불만 日로 분산 / 양국 모두에 책임 돌리며 대화 촉구 / 한국정부 자제요청에도 美 또 언급 / 국방 차관보 “지소미아 종료 재고를” / 美 갈등중재·국면전환 기대감 속 / “적극적 개입 기대 일러” 신중론도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일본에 대해 ‘실망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다. 미국이 한국에 집중됐던 불만을 일본으로 분산하면서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한국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당분간 안보상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에 철회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달 초 한·일 방문을 거론하며 “나는 도쿄와 서울에서 내 카운터파트들에게 이를 표현했고, 물론 그들이 양측 간에 해결할 것을 권고하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美 국방·합참의장 공동회견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28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첫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매우 실망해 있다”며 양국에 해결을 촉구했다.알링턴=EPA·연합뉴스

그는 “우리에게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더 큰 위협 등 직면하고 있는 공동의 위협이 있다”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우리는 함께 협력할 때 더욱 강해진다. 우리는 공유하고 있지 않은 것보다 공유하고 있는 이해관계와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앞으로 진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궤도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에스퍼 장관의 메시지는 지난 22일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약 일주일 만이다. 우리 정부가 ‘하우스 투 하우스(청와대 대 백악관)’ 이하 각급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미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외교·안보 고위관계자들은 우리 정부에만 융단폭격처럼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 만큼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미국이 한·일 간 화해를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국면이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정부 내에서 일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29일 “이번 결정이 미국으로선 자신들의 국익에 반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을 비난하는 단계가 지나가고 나면 미국도 다시 중재 움직임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지소미아는 완전 종료까지 3개월이 남았고 그 사이 문제가 해결되면 종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에서 미국 측에 적극 대화와 설명 제의를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왼쪽)와 조세영 외교부 1차관

그러나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한국의 책임을 묻는 미국의 기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의 자제 요청에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거듭 주장하고 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강연에서 “미국은 문재인정부에 이 결정이 (한국과) 일본과의 양자관계뿐 아니라 다른 우방과 동맹들의 안보 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복해 명확히 했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불화를 겪을 때 유일한 승자는 우리의 경쟁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진정으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고 협정을 갱신하고 한·일 양측이 그들의 차이를 다루기 위한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일본에도 대화를 촉구했지만 먼저 지소미아 중단을 선언한 한국의 책임을 더 크게 보는 분위기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백악관이나 국무부 관계자가 아닌 국방장관의 언급으로 한·미, 미·일 관계 전반이 아닌 지소미아 문제에 한정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이날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측이 자신의 입장에 반해 종료 결정이 이뤄진 사실에 대해 실망감을 표현하는 것은 우리로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불려간 해리스, 외부일정 잇단 취소

사실상 외교부에 초치된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대사가 잇달아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2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에 참석 예정이었으나, 전날 밤 주최 측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향군인회도 이날 개최할 예정이었던 해리스 대사 초청 안보강연을 전날 연기했다. 재향군인회 측은 연기 결정의 주체가 자신들이라고 밝혔지만, 해리스 대사가 강연에 나서기를 꺼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결정이 있기에 앞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9일 해리스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미국이 실망과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한·미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한미 간에 이견이 있으면 통상 물밑에서 조율하는 게 일반적인데, 해리스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렀다는 사실을 대외에 알린 것은 이례적이다. 조 차관의 해리스 대사 ‘면담’은 사실상 ‘초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치’는 외교가에서 통상 ‘항의’와 ‘경고’ 등 부정적인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해리스 대사의 외부 행사 취소가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매티스 “동맹 없는 국가는 쇠퇴” 트럼프 비판

제임스 매티스(69·사진) 전 미국 국방장관이 다음달 3일 출간하는 저서를 통해 전통적인 우방국들을 무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비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방침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사임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동맹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저서에서 “지도자는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와 함께했던 나라들을 아우르는 전략적 통찰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우리는 가능한 많은 국가의 이익을 아우르는 전략적 입장을 통해 불완전한 세계를 더 잘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 없이는 우리 위치는 갈수록 외로워질 것이며,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병대 4성장군 출신인 그는 “당신이 총격전에 나가려 한다면, 총을 가진 모든 친구를 데리고 가라. 해병대 무언의 훈계는 바로 이것”이라며 “연합군으로서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데려올 수 있는 모든 동맹이 필요하다는 것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특히 “동맹이 있는 국가는 번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쇠퇴하게 된다”면서 “미국은 홀로 우리 국민과 경제를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매티스 전 장관이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분명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관 사퇴 결정과 관련해 “동맹에 대한 신념을 비롯해 구체적인 해법과 전략적 조언들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면서 “해병대에서 수십년간 배웠던 모든 기술을 사용해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잘하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홍주형·이정우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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