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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차단용 필름 ‘GB-8’ 개발… 포장재 국산화 또 해내다 [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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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28 02:00:00 수정 : 2019-08-28 1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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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톤팩 개발 저력으로 / 우유·음료 종이용기 국내 첫 대량 생산 / SR테크노팩 인수 계기 소재 연구 매진 / 제품 보호 ‘3P’ 앞세워 위생·품질도 만전 /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 日 독점 ‘고차단성 필름’ 개발 특허 등록 / 산소차단율 日産보다 높아 2019년내 상용화 / 식품류 넘어 의약품 포장까지 ‘영토 확장’

“안에 든 내용물이 비싼 것이라야 포장재도 비싸지 않겠습니까.”

최근 충남 천안시의 SR테크노팩 공장에서 만난 삼륭물산 조홍로 대표는 고부가가치 포장재 제작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2세 경영인인 조 대표는 기존의 카톤팩 사업을 이어오면서 10여년 전부터 독자 소재 개발에 공을 들였다. 회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유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삼륭물산은 SR테크노팩을 인수한 뒤 다양한 연구와 실패를 거쳐 산소차단용 필름 ‘GB-8’ 개발에 성공했고, 올해 하반기 중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카톤팩에서 고차단성 필름까지… 삼륭물산의 혁신

삼륭물산의 ‘국산화’ 역사는 깊다. 1980년 설립된 삼륭물산은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한국의 카톤팩 시장에서 최초로 순수 국내 기술을 통한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카톤팩은 우유나 음료 등을 담을 수 있는 포장 용기의 한 종류로, 천연펄프와 폴리에틸렌 등으로 만들어진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우유갑이 대표적인 카톤팩이다. 삼륭물산이 카톤팩을 국산화하면서 과거 미국 등에서 주문하면 보통 3∼4개월씩 걸리던 카톤팩을 바로바로 찍어낼 수 있게 됐다.

삼륭물산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품질경영시스템 인증과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해 위생·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 대표는 세계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3P’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제품을 물리적으로 보호하는 ‘패킹(Packing)’, 용기 내부의 화학적 특징을 보존하는 ‘프리저빙(Preserving)’, 포장한 제품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때까지 온전히 보호하는 ‘프로텍팅(Protecting)’을 뜻하는 것으로, 조 대표는 이 같은 관점을 통해 의약품과 같은 높은 수준의 포장재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SR테크노팩(구 이생테크노팩)을 인수한 조 대표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식품 포장재 분야에 진출했다. 조 대표는 카톤팩과 마찬가지로 주 고객이 식품회사라는 점 등을 들어 SR테크노팩을 인수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돌입했다. SR테크노팩은 특허권 12건, 실용신안권 19건, 의장등록 38건 등 총 69건의 산업재산권을 취득했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서 전량 수입하던 고차단성 필름, ‘GB-8’로 국산화

조 대표는 회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유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신소재 개발을 목표로 2010년 따개비 등 수중생물이 선체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방오코팅’ 개발에 나섰다. 3년가량의 연구개발 끝에 제품을 만들었지만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제품 개발에만 몰두한 것이 실패 원인이었다.

이를 교훈삼아 SR테크노팩의 사업과 연계된 제품을 개발하기로 방향을 잡은 조 대표는 회사 신소재연구팀과 산소차단용 고차단성 필름을 개발하기 위한 소재 조사에 착수했다. 즉석밥 용기 등에 쓰이는 고차단성 필름은 식품의 저장성을 향상시키고 제품 경량화로 저장·운반이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현재 식품 포장에 가장 많이 쓰이는 고차단성 필름은 에틸렌비닐알코올(EVOH) 필름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EVOH 필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2개 일본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면서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다. 조 대표는 연구 끝에 폴리비닐알코올(PVOH) 소재가 산소차단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PVOH는 필름부착력이 약하고 고온의 물에는 코팅이 녹아 버리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조 대표는 과거 방오코팅을 개발하면서 습득한 기술로 부착력을 확보하고, 내수성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중합법 등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합성 레시피인 ‘GB-8’을 개발했다.

GB-8은 용액 형태로, 산소차단이 필요한 물질에 코팅하면 그 자체로 고차단성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특허등록을 마친 상태이며 연내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GB-8은 현재 즉석밥의 산소차단층 포장 필름과 컵 커피의 라벨 등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뛰어난 산소차단성과 단일 소재 적용에 따른 재활용 용이성으로 인해 본체까지 전부 적용이 가능하다. SR테크노팩에 따르면 향후 의약품 포장과 방습이 필요한 전자기기의 내구성 강화를 위한 보호필름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

조 대표는 해외사업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SR테크노팩의 수액 포장용 필름의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그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식품 포장재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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