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각종 의혹 휩싸인 조국… ‘검찰개혁’ 동력도 사라지나

관련이슈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논란

입력 : 2019-08-26 06:00:00 수정 : 2019-08-26 11:21: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변곡점 맞은 文 국정과제 / 위장매매·직권남용 등 혐의 피소 / 조국 “법·원칙 따라 수사” 자신감 / 법조계 “법리적 다퉈볼 여지 많아” / 청문회 통과해도 검찰 수사 가능성 / 野 반발 거세 ‘좌초’ 우려 배제 못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빌딩에서 자녀를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선택한 조국 카드가 임명 전부터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각종 의혹에 휩싸인 데다 자칫 취임 전부터 법무부 산하기관인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를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 후보자를 향한 야당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어서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이 중요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도 커졌다.

조 후보자는 25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자신을 향해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외형상으로는 조 후보자가 자신과 가족을 향해 제기된 고소·고발 사건이 모두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위장매매와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제3자뇌물, 업무방해, 직권남용,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된 상태다.

조 후보자의 자신감과 달리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의혹에 대해 위법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조 후보자의 펀드 투자는 물론 가족이 연루된 부동산 위장매매 의혹, 조 후보자 딸에 대한 장학금 지급 및 대학 입학 과정 등은 법리적으로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서 해명이 아닌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검찰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 후보자를 수사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법무부와 검찰의 미묘한 역학관계도 변수다.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 등을 보면 검찰청은 법무부 산하기관이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인사를 최종 승인하고 검찰을 지휘할 권한을 갖는다. 청문회를 끝내고, 조 후보자가 우여곡절 끝에 장관 자리에 오른다 하더라도 법무부 수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수사를 하는 검찰 입장에서 법무부 눈치를 보게 될 것이란 의미다.

한 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물러난 검사 출신의 법무부 차관을 수사할 때도 뒷말이 무성해 10년 만에 재수사까지 이뤄졌다”며 “각종 의혹이 불거진 현직 법무부 장관을, 그것도 현 정권의 실세를 대상으로 과연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양측이 서로 약점을 쥐고 있는 미묘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검찰과 법무부 장관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면 조 후보자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검찰개혁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 의지대로 검찰개혁이 진행되려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긴밀히 협의하는 동시에 정치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당장 야당이 자질 등을 이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개혁 법안에 대한 협의를 거부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곧이어 9월 말에서 10월 중순까지로 예상되는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법안보다는 조 후보자의 임명 등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난타전이 예상된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 초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시기상으로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다. 의원들이 선거운동에 신경 쓰느라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개연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의혹이 조 후보자에게 불거졌고 이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까지 낮출 만큼 파급력이 커졌다”며 “자칫 조 후보자 임명이 검찰개혁의 좌초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일주일 새 뒤집힌 여론… 48% “법무장관직 부적합”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5일 나왔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의 개혁임무 완수를 위해 심기일전 하겠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정면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의뢰로 지난 22, 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 후보자가 법무장관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는 응답이 48%에 달했다. ‘적합한 인사’라는 응답은 18%, ‘판단 유보’는 34%였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보다 일주일 앞서 지난 15, 16일 같은 기관이 같은 주제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조 후보자의 장관직 수행이 ‘적절하다’는 답변이 42%,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36%였다. 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주일 새 부적절하다는 여론으로 급변한 셈이다.

조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딸의 논문 1저자 등록 논란과 관련해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이행하라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주시는 꾸지람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도 했다. 사퇴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여당이 추진하는 ‘국민청문회’가 또 다른 특권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선 “정당에서, 정치권에서 판단할 것이며 그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2010년 페이스북에 당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특채 문제를 거론하며 야멸차게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서울법대 교수이던 그는 유 장관이 딸의 외교부 특채 문제로 사퇴를 앞두고 있었을 때 “유명환을 비롯한 고위직들이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며 이렇게 적었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 퍽~~”이라는 내용이다.

 

조 후보자의 임명을 둘러싼 찬반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조 후보자 임명 촉구에 동의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총 37만여명이 동의했고,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글에는 총 22만여명이 동의해 두 청원 모두 ‘30일 이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성찰 아는 적임자” vs “가족에게만 관대”  여야, 조국 청문 대치

 

“자기 반성과 성찰을 할 줄 아는 적임자(더불어민주당)” vs “자신의 가족에게만 관대한 사람(자유한국당)”.

 

여야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를 향후 정치권 판세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여기면서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청문회 일정 합의시한으로 26일을 내걸고, 불발 시 27일 ‘국민청문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검증해야 할 의혹이 너무 많아 3일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한국당이 탄력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조만간 일정을 합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는 25일 조 후보자가 출근길에 밝힌 후보자 딸 문제에 대한 해명을 놓고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조 후보자에 대한 혹독한 여론 검증과 이에 대한 조 후보자의 성찰은 조 후보자가 왜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임자인지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며 “한국당은 내일까지 청문회 일정에 합의해 국민청문회를 개최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공동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26일까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27일 ‘국민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합의 무산에 대비해 지난 23일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에 ‘조 후보자 국민청문회 주관 요청의 건’ 공문을 발송했다. 언론의 주관 하에 국민 앞에서 조 후보자의 해명을 듣겠다는 것이다. 두 단체가 거절할 경우의 대안도 고민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 이창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시험을 한번도 보지 않고 대학과 대학원까지 간 딸처럼 법에도 없는 국민청문회로 장관이 되려고 하나”라면서 “문재인정부가 ‘수시청문회’, ‘꼼수청문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3일을 꼭 고집한다기보다는 탄력적으로 서로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26일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일정을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밖에서 국민청문회가 이뤄지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한국당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가 끝내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26일 정의당을 방문해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간 정의당이 문제 삼은 공직 후보자가 모두 낙마하면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정의당의 ‘데스노트’가 주목 받았다. 정의당이 적격 판단을 내면 여권의 조 후보자 밀어붙이기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曺에게만 쏠린 눈 … 인사청문 부실 우려

 

8·9개각에 따른 7명의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번 주부터 줄줄이 열린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온통 관심이 쏠려 있어 다른 후보자에 대한 부실검증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후보자 7명 중 5명의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거나 잠정적으로 합의됐다. 29일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30일에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다음달 2일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다.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는 9월 2일이나 3일 중 하루가 될 전망이다. 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 일정은 여야의 극심한 대치로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조 후보자에게 쏠려 있어 다른 후보자들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제기된 의혹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해 부실검증 우려가 나온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그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이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가 제기한 언론 소송을 도맡은 사실이 알려지며 야당에서 ‘이념형 코드 인사’라고 규정하고 부적격 입장을 내놓았다. 음주운전과 중앙대 석사 논문 표절, 연말정산 부당공제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과거에 정치권과 감독기관 출신의 공기업 임원 재직을 비판해놓고 정작 자신도 예탁결제원과 한국마사회 사외이사로 재직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그가 2013년 제자와 함께 논문을 발표한 학술단체 ‘국제 연구 및 산업 연합 아카데미(IARIA)’가 부실학회로 의심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은 106억원에 이르는 재산 형상 과정도 문제 삼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후보자는 공무원특별분양을 통해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해당 아파트를 전세 주고 본인은 관사에 거주한 사실이 알려져 ‘관테크’ 논란이 일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갭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정필재·안병수·이현미 기자 rus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