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신병주의역사유적탐방] 인왕산, 수성동 계곡

관련이슈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9-08-23 23:40:25 수정 : 2019-08-23 23:40: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인왕산 수성동 계곡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주목할 만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 강산을 그리다 -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라는 제목으로 ‘경포대도’ ‘총석정도’(16세기 중반),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1711년)을 비롯해 김홍도의 ‘병진년화첩’등 3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실경산수화는 있는 그대로의 산수를 그렸다는 점에서 마치 당시로 직접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경산수화의 대표 주자는 겸재 정선(鄭敾:1676∼1759)이다. 정선은 금강산과 관동의 명승지도 그림을 남겼지만, 18세기 한양의 풍경을 다양하게 담은 점은 독보적이다. 인왕산, 북악산, 남산은 물론 송파진, 압구정, 양화진 등 한강 주변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인왕산 계곡의 하나인 ‘수성동(水聲洞)’을 그린 그림은 2012년 이곳에 설치돼 있던 아파트가 철거되고, 수성동 계곡의 복원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림에 그려진 ‘기린교’가 현장에서 원래 모습대로 발견된 것도 큰 성과였다.

수성동에는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별장인 비해당(匪解堂)이 있었다. 조선전기의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비해당은 인왕산의 깊은 골자기에 있었다”고 기록했으며, 조선후기 한양의 풍속과 지리를 정리한 ‘한경지략(漢京識略)’에는 “비해당이 인왕산의 수성동에 있는데 골짜기가 그윽하고 산수가 빼어나다”고 기록하고 있다. ‘비해당’이라는 이름은 세종이 내려 주었으며, 성삼문 신숙주 서거정 등 당대의 문인이 안평대군과 주고받은 시와 문장을 모은 ‘비해당 사십팔영(四十八詠)’도 전해 오고 있다.

서울의 서촌은 300여 년 전 이곳을 살면서 자신의 활동 공간을 그림으로 담은 정선으로 인해 풍요로운 문화 지역이 됐다. 청송당유지, 필운대, 청풍계 등 정선의 그림 속에는 풍경과 함께 이곳을 살아갔던 성수침, 이항복, 김상용, 김창협 등의 모습까지 되살아난다. 물소리가 늘 들리는 계곡이라는 뜻으로 ‘수성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곳에서 옛 사람들의 풍류를 체험해 보기를 바란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