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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감성과 이성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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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16 23:30:44 수정 : 2019-08-16 23: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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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 경향의 바로크 미술이 전 유럽을 풍미했을 때, 유독 프랑스는 이성적 규범이나 균형을 강조하는 고전주의 양식을 만들어 냈다. 루이 14세 시대의 안정된 분위기가 있었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고, 이성을 강조하는 데카르트의 합리론 철학이 탄생한 나라라는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고전주의도 바로크라는 시대적 흐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예술가의 정열이나 감성적 요소 같은 바로크적 특성을 반영하되 절제되고 균형 잡힌 형식 속에서 나타내려 했다.

니콜라 푸생 '샤비니 여인들의 약탈'.

니콜라 푸생이 그 중심에 있었다. ‘사비니 여인들의 약탈’은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할 당시 여자가 적었기에 벌어진 사건을 그린 그림이다. 로물루스가 자손이 많아야 나라가 번창한다는 생각에서 이웃 사비니 마을 사람을 초청한 후, 로마 병사가 사비니 여인을 약탈하는 장면이다. 그림 안에는 격정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적 내용이 가득하다. 반항하는 여인, 우는 아이, 넋을 잃은 노파 등이 있고, 불균형적인 형태와 자세가 감성적 느낌을 더욱 부추긴다.

그림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감성적 측면을 중화시키는 이성적인 규범도 발견된다. 여기저기 여인을 감아서 올리는 로마 병사의 자세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됐고, 왼쪽 위에 서 있는 인물을 정점으로 한 큰 삼각형 구도 속에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작은 삼각형 구도가 포함됐다. 차분한 갈색의 색조 변화로 화면을 구성해 격정적인 장면을 균형 잡힌 형식과 절제된 표현으로 나타내려 했음이 역력하다.

이웃나라 일본과의 관계가 심각하다. 정치에서 시작돼 경제와 문화에 걸쳐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이란 나라는 잘 지내야 하는 이웃이기도 하지만, 꼭 이겨야만 하는 상대라는 공감대가 국민 사이에 가득하다. 우리와 과거부터 많은 일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감정적으로 들끓고 있지만 그들을 이기기 위한 구체적이며, 이성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감성과 이성이 공존하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푸생의 작품을 보면서 떠올려 본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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