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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 인류에게 지식혁명을 안겼다 [편집노트]

입력 : 2019-08-17 01:00:00 수정 : 2019-08-16 20: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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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철 오랜만에 한국작가의 장편소설이 서점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김진명 작가의 신작 ‘직지’다. 출간 1주 만에 소설 분야 1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소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미스터리 추리기법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완독률 1위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 소설은 손에 쥐면 도저히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직지의 가치는 물론이고 직지가 도대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정법안 시인, 쌤앤파커스 편집인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한때 직지심경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는데,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줄여서 ‘직지심체요절’ 또는 ‘직지’라고도 한다. 본래 상·하 2권으로 인쇄됐으나 상권의 행방은 알 수 없고, 현재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구한말 프랑스 공사로 왔던 플랑시가 본국으로 가져갔다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뒤 국립도서관에 들어간 것이다.

직지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이는 대한민국 여성으로선 처음 프랑스에 유학 갔던 박병선이다. 스승인 서울대 이병도 교수로부터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보라는 주문을 받고 195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직지를 발견했다. 당시 그는 이 고서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을 알아보았다. 곧바로 고증작업에 착수하여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책의 해 기념 고서 전시회’에서 직지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임을 공표해 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때까지 독일 구텐베르크가 1455년에 인쇄한 ‘42행 성서’를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 믿었던 유럽 지식인들에게 날벼락 같은 충격을 안겼다.

1998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라이프’는 지난 1000년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선정했다. 그 위대한 금속활자가 우리의 직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추적한 것이 김진명이 쓴 직지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직지가 인류 지식혁명을 이끌어왔으며, 오늘날 한국이 반도체 1위 국가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밝힌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도전에 직면한 요즘, 우리 문화의 긍지와 반도체산업의 저력을 흥미진진한 소설을 통해 확인해도 좋겠다.

 

정법안 시인, 쌤앤파커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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