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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재팬' 'YES 재팬'… 국민 분열 '일보 직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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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13 23:00:00 수정 : 2019-08-13 17: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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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4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니클로에서 옷을 구매한 커플을 찍으려다 승강이를 벌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에도 각종 커뮤니티에 유니클로 매장을 찍어 올린 사진이 속속 게시됐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이 유니클로 매장을 감시하고 고객들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몰래 매장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이른바 ‘유파라치’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동의 없이 누군가를 촬영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유니클로 제품 구매 인증글이 유행이다. “유니클로 싹 쓸어왔다”거나 “우수한 일본 직조기술의 집합체”라는 등 유니클로 옷을 다량 구매한 사실을 올리는 식이다. 이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글을 올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매운동을 강요하는 이들에 대한 반감이라고는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유니클로매장이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이제원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가시화되자 이에 맞선 우리 국민들의 불매운동도 한껏 격렬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법망을 넘나들며 도가 지나친 불매운동에 나서거나 불매운동을 하지 않는 이들을 공격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반대로 불매운동 반대파 일부는 불매운동의 의도 자체를 희화화하거나 폄훼하면서 국민들이 양분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이 국민들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자칫 국민 분열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때보다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국민 둘로 나눈 불매운동 찬반

 

13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자국의 수입 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1900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주가가 폭락하고 엔화가 100엔 당 1100원대에서 1150원대로 급등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5일 일본 경제보복 전에는 국민의 69.4%가 일본여행 의향이 있었으나 근래에는 일본여행을 가고자 하는 국민이 16.2%로 급감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7일 발표한 성인 9340명 대상 조사에서는 국민의 61.2%가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33.7%는 불매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불매운동의 불참 중이고 향후에도 불참할 예정인 국민이 23.6%이다. 향후에 참여하겠다는 국민이 10.1%인 것을 고려하면 참여와 불참 비율은 당분간 2:1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불참할 의향을 가진 국민이 1500만명 이상으로 소수가 아닌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이분돼 다투면 국민 분열의 모양새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불매운동 참여 여부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하는 만큼 서로를 존중하는 성숙한 불매운동 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태극기와 ‘노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배너깃발을 설치하고 있다. 중구청은 이날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 재팬’ 배너 50여개를 설치했으나 불매운동이 ‘관제 운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옴에 따라 바로 철거했다. 남정탁 기자

◆도 넘은 불매운동 강요… 지자체 나섰다가 ‘역풍’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될 때쯤이던 지난달 일본산 수입자동차를 소유한 차주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일본산 자동차의 수리를 해주지 않겠다는 카센터가 등장하는가 하면 기름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주유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 차 주차를 거부하겠다는 아파트 단지와 주차장도 생겨났다. 심지어 한 시민단체는 ‘일본여행 가는 자는 매국노로 간주한다’거나 ‘일본 자동차 타면 매국노로 간주한다’는 등 강압적인 문구로 만들어진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일본 차 차주들은 “과거에 일본 수입차를 산 것이 무슨 죄냐”며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을 공격하는 것이다”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지방자치단체가 불매운동의 주체로 나서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지난 6일 관내 가로등에 ‘노 재팬’(No japan) 배너기 1100여개 게시를 시작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불매운동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지 관이 나설 일이 아니다”며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반대 여론에 들끓었다. 서 구청장은 곧바로 사과의 뜻을 전하며 노 재팬 배너기를 철거했다.

 

이 밖에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일본 경제보복은 전쟁”이라며 “전쟁 속에서 애국할 것이냐 이적을 할 것이냐”는 등 불매운동 독려 취지의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시로 올리면서 정부가 나서서 불매운동을 이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사죄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회원들과 함께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문재인은 망국적 반일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구회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경호 기자

◆“아베 수상님?”… 반감 부르는 불매운동 반대

 

불매운동을 반대하는 진영의 일부 도가 지나친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일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집회를 열고 “아베 수상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라며 "문재인을 철저하게 응징하지 않으면 우리는 세월호처럼 침몰할 것이고 문재인이 머리를 숙이고 일본에 사죄하지 않으면 절대로 해결이 안 된다”는 망언을 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일반적인 국민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인터넷의 한 극우사이트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불매운동을 우롱한답시고 “천황폐하 만세”라는 등 일본을 찬양하는 글을 올리거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한국을 수탈한 적이 없다”, “안중근 의사가 존경한 사람은 천황이었다”는 등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이 역시 불매운동 찬성자들에 대해 반감만 들게 해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불매운동 찬반으로 갈라져 ‘토착 왜구’와 ‘토착 빨갱이’라는 혐오어를 쓰는 등 서로에 대한 폄하가 계속되고 있다.

 

1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현수막 펼치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상의 자유 보장… “스스로 결정해야”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 19조에 따라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부여받았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역시 참여하든 안 하든 자유다. 불매운동을 강요하거나 조롱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다. 불매운동을 핑계로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더욱더 용납될 수 없다.

 

일각에선 불매운동 찬반 양측이 서로에 대해 지나친 공격을 이어나가는 것이 일본인들에게 “한국인들이 내분을 일으킨다”는 인상만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서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불매운동 찬성이든 반대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연스럽게 감화되는 것이 성숙한 자세라고 입을 모았다. 자연히 국민 다수가 생각하는 더 옳은 쪽으로 중론이 모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은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일본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며 “시민사회의 불매운동은 자발적이어야 지속성과 확장성을 띨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도 “민족정신에 기반했다고 해서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편을 주는 게 용납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조급하게 반일운동을 벌이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단계적인 조치에 우리도 이성적이고 차근하게 대응해야 실책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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