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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해양패권 경쟁…불붙은 ‘항모 보유론’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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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10 10:00:00 수정 : 2019-08-10 11: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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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바다가 격랑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해군력을 증강하며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011년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를 진수시킨 중국은 세 번째 항모를 만들고 있으며, 일본도 호위함인 이즈모함을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는 항모로 개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중국과 일본이 해군력을 증강하면서 “우리나라도 항모나 핵잠수함 같은 전략무기를 확보해야 중·일 해군력 증강에 맞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구축함이나 재래식 잠수함 확충만으로는 중국, 일본 해군력을 견제하기 힘든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모와 핵잠수함을 건조하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실제 전력화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이 성능점검과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불붙는 항모 보유 주장…난제 ‘산적’

 

항모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러시아가 경제난으로 YAK-38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운용하는 키예프급 경(輕)항모를 퇴역시키면서 이를 토대로 한 한국형 경항모 모형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실질적인 진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00년대  들어 대형수송함 독도함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항모 보유의 필요성이 부각됐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합동참모회의에서 ‘대형수송함-Ⅱ’ 사업을 장기 소요로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항모 보유론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대형수송함-Ⅱ는 상륙작전과 재해 재난 지원 등을 위한 다목적 함정”이라며 “탑재 항공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으나 군 안팎에서는 F-35B 10여대를 탑재할 수 있는 3만t급 경항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경항모와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LHD) 기능을 통합한 형태로 F-35B와 함께 해병대 병력 3000여명과 상륙돌격장갑차 20대를 탑재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개념은 이탈리아 카보우르(2만7000t급) 항모와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1세(2만7000t급) 강습상륙함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한국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본 험 리차드함이 훈련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대형수송함-Ⅱ 사업이 경항모 확보로 이어진다면 해군의 전략적 억제 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경항모를 확보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2010년 취역한 후안 카를로스 1세급 강습상륙함은 건조비용이 6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경항모에 탑재할 항공기도 구매해야 한다. 경항모에서 쓸 수 있는 전투기는 F-35B 외에는 없다. F-35B의 대당 추산가격은 1억 달러(약 1100억원). 해상작전헬기와 수송헬기까지 합치면 항공기 도입은 경항모 건조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 미래 위협에 대비하는 방어체계 구축까지 고려하면 경항모를 전력화하는 과정에서 투입될 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항모 운용을 둘러싸고 논란과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대함 탄도미사일 등 항모에 대한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항모 보유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미 해군의 항모 보유를 지지하면서 회의론은 잦아들었지만, 해상 공격 무기의 발전 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빨라지면 항모는 ‘떠다니는 표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항모 무용론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는 셈이다. 

 

스페인 해군 강습상륙함 후안 카를로스 1세함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한국 해군의 경항모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위키피디아

F-35B의 운용도 난제다. F-35B는 F-35A와는 비행특성이 다르다. F-35B 조종훈련을 받은 조종사는 F-35B 조종만 하며 복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F-35B 보유대수가 10여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조종사의 진급, 보직이동 등을 놓고 내부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해군 내에서 진급을 하지 못한 F-35B 조종사들이 F-35B 조종을 기피하거나 전역하면 함재기 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탈리아처럼 F-35B 운용주체를 놓고 공군과 해군이 다툼을 벌이면 전력증강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핵잠 보유론도 지속…무용론 ‘꿈틀’

 

수면 아래에서 사실상 무제한 항해가 가능한 핵잠수함 건조는 오래 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미 해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일리노이가 훈련을 위해 모항을 떠나고 있다.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미 해군의 최신 핵잠수함이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북한이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핵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핵잠수함을 신포 등 북한 주요 항구 인근 해역에 배치, SLBM 탑재 잠수함이 동해상으로 진출하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변국들의 해양 위협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무기로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는 항모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도 있다. 항모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전투기와 해상작전헬기 등을 탑재해야 한다. 적성국 해군 함대로부터 항모를 지킬 호위함정, 해상작전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군수품을 제공할 보급함 등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반면 수중에서 활동하는 핵잠수함은 별도의 호위함정 없이도 작전을 펼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바닷속을 항해하면서 해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은 핵잠수함을 투입, 아르헨티나 해군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노함을 격침시켰다. 영국 본토에서 수천㎞ 떨어진 곳이었지만 신속하게 포클랜드 해역으로 이동한 핵잠수함의 활약으로 아르헨티나 해군 함정들은 자국 항구에 틀어박힌 채 전쟁이 끝날때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이는 재해권의 상실로 이어졌고, 영국은 전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한국 해군 잠수함 박위함이 2018년 7월 1일(현지시간) 림팩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 진주만에 입항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반면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핵잠수함을 쉽게 보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다. 핵잠수함 중에서 크기가 작은 프랑스 바라쿠다급(5300t급)은 척당 건조비가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방사능 오염에 대비한 안전조치와 핵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지원 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도 비용이 추가된다. 핵잠수함이 작전능력을 갖추려면 최소 3척 이상을 건조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총비용은 5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래식 잠수함 건조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부담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미국처럼 핵잠수함만 운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한반도의 지형적 여건과 재정 문제를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핵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보다 대형이다. 재래식 잠수함이 작전을 펼치는 연안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재래식 잠수함을 운용해야 하는 해군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핵잠수함만 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핵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의 병행 운용도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주변국과의 마찰도 불가피하다. 지켜야 할 영해가 훨씬 넓고, 원자력 기술도 세계적 수준인 일본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일본이 우리나라의 핵잠수함 건조를 용인할 가능성은 낮다. 한반도 정세변화에 자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의 반발도 문제다. 군 관계자는 “핵잠수함을 확보하려면 10여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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