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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유보인가, 숨고르기인가…日 '핀셋 공격' 가능성 여전

, 日 '경제 보복'

입력 : 2019-08-08 06:00:00 수정 : 2019-08-08 02: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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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시행세칙 공개 / 자국기업 피해·국제사회 여론 의식 / 韓 대응 살펴보며 수위조절 나설 듯 / 정부, 행간 속 독소조항 분석 나서 / 한국, 그룹B로… CP 인증받은 기업 / 특별 일반포괄허가 대상으로 남아 / 日 정부서 여전히 ‘몽니’ 부릴 여지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일본 관보를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숨고르기인가, 확전 자제인가.’

 

일본정부가 7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출규제 시행세칙을 공개하면서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는 예정대로 오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우려했던 ‘3차 보복’ 카드는 꺼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일본이 언제, 어떤 핵심품목을 또다시 콕 집어 ‘핀셋 공격’을 할지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의 피해와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한 숨 고르기인지, 한·일 경제전쟁 확전을 유보하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일본의 시행세칙을 꼼꼼히 뜯어보며 행간에 숨어 있는 독소조항은 없는지 분석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날 발표한 ‘포괄허가 취급요령’은 수출무역관리령의 하위 법령으로 1100여개 전략물자 가운데 개별허가 대상 품목이 결정되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개별허가 대상이 되면 경제산업성은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심사를 고의로 지연하거나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한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한 건도 대(對)한국 수출허가를 받지 못했다. 3개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발표만으로도 혼란이 컸던 점을 감안할 때, 시행세칙 발표와 함께 대일 의존도가 높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관련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추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김포 에스비비테크에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별허가 품목이 추가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이번에 수출관리 대상국 ‘그룹 A’(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빠져 일본 기업의 대(對)한국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그룹 A 국가는 일반포괄허가 대상국이 돼 수출 기업이 3년 단위로 한 번 심사를 받으면 건별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 외에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27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속해 있었는데, 한국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 리스트에서 빠지면서 26개국으로 줄게 됐다.

 

한국이 강등되면서 새로 속한 ‘그룹 B’는 ‘특별’일반포괄허가 대상이 된다.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아 수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인정받는 기업에만 특별히 개별허가를 면제하고 3년 단위의 포괄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그러나 그룹 A와 비교하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절차가 한층 복잡하다.

 

국내 기업들 피해 규모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기도 이르다.

 

산업부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개별허가를 받는 것이 기본”이라며 “CP 인증을 받은 기업이라고 해도 과거 (일본정부가)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경책연구원 이형근 선임연구원도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일본 공무원들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할지가 문제”라며 “화이트리스트를 새롭게 분류하면서 시행세칙에 ‘이런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등의 내용들이 있어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 1300개 중 공개된 632곳을 전략물자관리원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그러나 이들 기업과 거래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몽니를 부릴 여지는 남아 있다는 의미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양국 정부가 강 대 강으로 맞서는 상황이라 (일본의 공격이) 수그러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향후 한국과의 관계를 봐가면서 추가조치할 여지는 여전히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려했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한국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의중이 포함된 것일 수 있다”며 “우리의 외교적 대응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선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기업들 “만반의 준비 갖출 것”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개별허가 품목 지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업들은 지난달 수출규제가 시작된 이후 지속해오던 재고 확보 등에 매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7일 “지난달 3개 품목(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시행됐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셈”이라며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 위주로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 노력 등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행령 발표에 대해 “일단 개별 품목이 추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며 “본격적으로 백색국가 제외가 실행되는 이달 말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기존 준비상황을 유지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개별허가 품목이 지정됐으면 그에 따른 피해 정도나 추가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겠지만 지금은 현상 유지 상태”라며 “추후에라도 지정될 수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예상 품목들을 사전 분석·점검하고 관련 품목들의 재고 확보와 거래선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다음으로 일본의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한시름을 놓게 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날 “당장 배터리 업계에 영향이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품목별 대응 시나리오 플래닝을 마련하여 실행하고 있다”며 대동소이한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지지 않을 것” 野 “외교적 노력을”

 

여야는 7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공포하고 관보에 게재한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는 결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일 강경론을 견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우려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우리 국민은 강하다.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극복하겠다”며 “일본이 다시는 감히 이런 행동을 꿈꿀 수 없도록 안보강국·경제강국, 함께 하는 시민이 되도록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산업기반을 확충해 대일 의존적 산업체계에서 벗어나는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정세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위를 8일 출범해 당 차원에서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장기 대책을 세울 방침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외교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우리 경제를 위한 숙제를 풀어야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남북경협과 같은 허황한 망상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정부의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수출 배제가 구체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했고,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파국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일본에 있지만,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다 이제 와서 ‘의병을 모집’하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피해자들과 사전 협의를 안 했다’는 피해자 측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부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언급에 언급을 얹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분란을 일으킬까 봐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피해자와 발표해도 될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 정도는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수미·유태영·이우중·김선영·안병수·곽은산·박현준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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