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IT 서비스 업계 "공공 SW 사업, 입찰가격 하한선 95%로 높여야"

입력 : 2019-08-05 12:48:30 수정 : 2019-08-05 12:56: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술점수보다 가격점수가 낙찰에 유리한 현행 시스템 개선 요구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입찰에서 기술보다 가격이 당락을 좌우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현행 입찰가격 하한선인 80%는 기술보다는 저가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수준 높은 IT 서비스 제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일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가운데 기술력 위주로 평가받아야 수준 높은 I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SW 산업의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진행된 행정안전부의 차세대 지방세 정보 시스템 구축사업에서는 대기업인 S사가 입찰가의 하한선인 80%를 적어 제안서를 냈다.

 

국가종합 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공개된 개찰 결과에 따르면 가격점수에서 S사는 예상대로 10점 만점을 받아 8.9점을 받은 경쟁사를 1.1점 차이로 앞섰다.

 

SW 사업의 승부처로 불리는 기술 점수에서는 S사는 경쟁사보다 0.1점의 미세한 차이로 앞섰다.

 

결국 이번 사업 수주의 열쇠는 가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근간인 SW 분야에서 이처럼 기술이 아닌 가격을 우선시하는 관행은 업계의 적폐로 지적돼왔다.

 

최저가로 사업 수주가 결정되는 환경에서는 기술 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기 보다 ‘가격 눈치보기’로 따내면 그뿐인 탓이다.

 

최저가로 사업을 수주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IT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지는 탓에 프로젝트가 부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도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발주기관 역시 제대로 된 IT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최저가 경쟁은 태생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SW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T 서비스 업계에서는 이번 S사의 최저가 입찰을 둘러싸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조차 최저가로 입찰하게 되면, 과거 횡행했던 저가 출혈 경쟁이 재현될 수 있는 탓이다.

 

특히 S사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최저가로 사업을 따낸 수행자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는 현재와 같은 최저가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을 살펴보면 SW 사업의 입찰가격은 100분의 80 미만이면 배점한도의 30%에 해당하는 평점을 부여한다고 규정돼있다.

 

예를 들어 가격점수의 배점이 10점인데 입찰가격의 79%로 적어내면 최대 3점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점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입찰가격의 하한선은 80%이라는 이야기다.

 

IT 서비스 업계에서는 입찰가격의 하한선을 기존 80%를 90%대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ITSA)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공 SW 사업의 낙찰률(예산 대비 최종 수주금액 비율)은 95.1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몇년 전부터 저가입찰을 지양하는 업계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6년 전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시행했던 초반에 중견기업들이 최저가 경쟁에 나서 이익율이 0%대로 머물렀던 당시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올초 차세대 지방교육행·재정 통합 시스템 인프라와 국세청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 차세대 사회보장정보 시스템 마스터 플랜 등의 공공 SW사업이 줄줄이 유찰되기도 했다.

 

기술 난이도는 높은데 예산은 박하다 보니 많은 업체들이 발길을 돌린 결과다.

 

정부의 제도 개선 없이도 업계의 자정 노력으로만 낙찰률 평균이 95%까지 올라오게 된 셈인데, 업계는 공정한 대가체계 구축과 기술경쟁 문화의 정착을 위해 제도를 통해서도 95% 상향 조정이 돼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다만 정부의 대응은 아직까지는 미온적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민 의원과 기획재정위원장 정성호 의원이 ‘SW 대가 혁신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재부 담당자는 95% 하한선에 대해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들며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올해 들어 지난 5월 열린 ‘SW 산업 규제 개선 간담회’에서 조달청은 입찰가격의 하한선을 95%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재부와 상의하겠다”고 덧붙였으나 아직까지 감감소식이다.

 

지난달 이상민 의원이 주최하고 ITSA 주관으로 열린 ‘SW 사업 대가 혁신을 위한 IT 서비스 기업 간담회’에서도 업계는 입찰가격 하한선을 95%로 높여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정부 반응은 여전히 신통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은 작년 7월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통해 입찰가격 하한선을 95%로 올렸다”며 “무리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기술과 성능이 우수한 업체에게 유리한 환경 조성이 주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비교해 공공 SW 사업에서는 95% 적용이 왜 어려운지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13일 보고서를 내고 대기업이 빠진 2013년 이후 공공 SW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돼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수가 감소했다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강화한 뒤 공공 SW 사업에 주력하는 중견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적자 또는 0.2∼1.6% 수준으로 전체 IT 서비스 기업의 평균(6.4%)을 크게 밑돌았다.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에 대한 입찰을 꺼려 유찰률도 높아졌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원은 “세계 SW시장은 2017∼21년 연평균 4.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SW 시장은 2.5%의 저성장이 예상된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