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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 퇴조 · ‘특수’ 득세…윤석열號 인사서 극명한 대조 [뉴스 분석]

입력 : 2019-07-30 19:29:15 수정 : 2019-07-30 2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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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수사 담당 특수통 ‘전진배치’ / 검사장 승진자 14명 중 공안통 ‘0’ / 공안부장도 특수통 박찬호 앉혀 / 남북 화해모드에 대공수사 위축 / 국보법 위반 입건 5년새 129→20건 / “공안통 검사들 설 곳 더 잃을 것”

선거사범과 공안사건을 주로 다루는 이른바 ‘공안통’ 검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공안사건 건수 자체가 대폭 감소한 데 따른 불가피한 변화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보수사기관이 무력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129건이었던 국가보안법 위반 입건 건수는 지난해 20건으로 확 줄었다. 대표적 공안수사 영역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통계를 보면 건수 자체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3년만 해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피의자 129명 중 38명이 구속됐고, 70명이 기소됐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입건된 42명 중 7명이 구속되고 14명이 기소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명 입건 중 4명이 구속됐고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6명에 불과했다.

 

31일자로 예정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자 14명 가운데 ‘공안통’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있었던 검사장 인사에서도 승진자 9명 가운데 공안통은 법무부 공안기획과장을 지낸 고흥 검사장뿐이었다.

공안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에는 특수, 기획과 함께 공안부가 주요 보직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 국가보안법 사건 등으로 대표되던 주요 공안수사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남북정상회담 등 현 정부 들어 평화 모드가 지속하면서 과거 국가보안법 사건 등을 맡았던 공안통들이 더 설 곳을 잃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이뤄진 검찰 간부 인사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특수통이 전진 배치되면서 공안검사의 퇴조는 더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전국 검찰청 공안수사를 총괄하는 대검찰청 공안부장 자리에 ‘특수통’ 출신인 박찬호 검사장이 임명된 것이 상징적이다. 다음 달 중순부터는 노동이나 선거 분야에 공공성을 앞세워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대검과 일선 지검의 공안부 현판도 ‘공공수사부’로 바뀐다.

특수통 출신인 윤 총장 성향상 향후 검찰수사 및 검사인사에서도 한동안 ‘특수통 전성시대’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공안·형사부는 소외감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검사장 승진에서 고배를 마신 사법연수원 24∼27기 공안 및 형사부 차·부장 검사들은 줄줄이 검복을 벗고 있다.

김광수 부산지검 1차장과 최태원 서울고검 송무부장 등 공안통 검사들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끈 윤재필 서울고검 검사 등 이날까지 사의를 표명한 검사장을 제외한 차·부장 검사는 모두 22명에 달한다.

이러한 ‘공안’의 퇴조 현상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핵심 안보수사기관의 무력화와 맞물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 공안부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국과 경찰청의 보안국 및 보안수사대도 인력·조직·예산 축소를 통한 기능과 역할의 재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옛 국군기무사령부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을 계기로 인원이 대폭 줄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권력기관 개편 작업에 맞춰 사실상 주요 안보수사 기관의 공안사건 수사는 ‘개점휴업’상태라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대검 공안 자문위원을 지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공안검사 3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한 5일짜리 법무연수원 교육과정도 폐지됐다”며 “대공 사건 감소는 갑자기 사건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대공·안보 수사기관이 무력화되면서 수사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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