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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속 '쓰시마 불상' 소유권 재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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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30 06:00:00 수정 : 2019-07-29 18: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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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찰에서 훔친 불상, 알고 보니 韓이 주인? / 법원 "日로 넘어간 경위 비정상적… 韓이 임자" / 2017년 1심 판결 후 2년 넘게 항소심에 계류 / "왜구 약탈 증거 넘쳐" VS "돈 노린 절도일 뿐"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하면 평소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이들 외에는 어떤 불상인지 잘 모를 것이다. 그럼 ‘일본 쓰시마섬에서 국내로 밀반입된 뒤 원래 임자가 한국 사찰 부석사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한·일 간에 소유권 다툼이 벌어진 불상’이라고 하면 어떤가. “아,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무릎을 칠 독자가 제법 많을 것이다.

 

금동관음보살좌상. 연합뉴스

 

2012년 국내에 들어온 금동관음보살좌상(사진)을 둘러싼 법적 절차는 7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1심은 “한국 사찰이 불상의 주인”이라고 판결해 일본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이어졌듯 이번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日 사찰에서 훔친 불상, 알고 보니 韓이 임자?

 

29일 불교계 등에 따르면 이 사안의 발단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인으로 구성된 절도단이 일본 쓰시마섬의 한 사찰에서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반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애초 경찰은 이 사안을 단순한 문화재 절도사건으로 여겼다. 일본 측은 외교경로를 통해 “소중한 우리 문화재이니 어서 돌려달라”고 반환을 요구했다.

 

그런데 충남 서산 부석사 측이 “해당 문화재는 우리 절에서 보관해 온 고려시대 불상인데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왜구가 충청도 일대를 수시로 침범했을 때 노략질해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새 국면을 맞는다.

 

2017년 2월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이 금동관세음보살 인도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네스코 협약 등에 따르면 훔친 문화재는 원래 소유주한테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다. 단, 문화재 유출의 불법성이 입증되면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정부는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약탈 문화재이더라도 일단은 일본 측에 반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불교계와 역사학계 등은 “불상 소유권을 주장하는 부석사가 있는 충남 서산 지역은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왜구의 침략이 극심했던 곳”이라며 “불상이 어떻게 일본으로 반출됐는지 먼저 조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법원 "日로 넘어간 경위 비정상적… 韓이 주인"

 

결국 부석사가 “불상을 우리한테 넘기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이 사안은 법정공방으로 비화했다. 대전지법은 오랜 심리 끝에 2017년 1월 1심에서 원고인 부석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정상적 과정을 거쳐 일본 사찰이 보유했던 불상은 원래 부석사의 소유임을 넉넉히 추정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소유자인 부석사에게 불상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정부가 이에 불복해 즉각 항소함에 따라 불상의 부석사 인도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문제의 불상은 대전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일본은 강력히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심 선고 직후 “그런 판결이 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신속하게 불상이 일본으로 반환되도록 한국 정부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그는 2017년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은 부석사에 있다”는 한국 법원 1심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이 사건 항소심은 대전고법이 맡고 있는데 2017년 초 재판을 시작한 이래 2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판결 선고 기미가 안 보인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지난 5월 대전고법에 낸 탄원서에서 “항소심 재판이 지연되면서 가장 큰 걱정은 불상의 훼손 문제”라며 법원이 빨리 결론을 내려주길 요청했다.

 

◆"왜구 약탈 증거 넘쳐" VS "돈 노린 절도일 뿐"

 

법원 재판과 별개로 한·일 양국의 외교관과 언론인, 그리고 학자들 간에는 뜨거운 장외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일 연구자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일본 오사카의 한 대학 교수는 “한국은 왜구가 불상을 약탈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사실 증명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어느 일본 언론인은 “돈을 노린 단순 절도사건”이라고 깎아내리며 “장물은 일단 도난당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합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 법조계 인사는 “왜구의 약탈임을 증언하는 자료만 이야기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반박했다. 외국 주재 한국 대사를 지낸 어느 전직 외교관은 “전쟁으로 약탈한 문화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흐름은 원래 주인한테 돌려줘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일본의 태도를 꼬집었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5월 9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조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항소심 단계인 만큼 대법원 확정 판결까진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일본이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들어 경제보복에 나섰는데,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도 ‘불상 소유권은 부석사에 있다’고 판결하는 경우 일본이 더욱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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