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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만에 돌아온 ‘탑건’, 어떤 모습일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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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6 14:00:00 수정 : 2019-07-26 13: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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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톰 크루즈가 영화 ‘탑 건’을 찍을 당시 F-14 전투기 조종석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항공점퍼, 선글라스, 모터사이클, 전투기…. 영화나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봤을 영화 탑 건(TOP GUN)을 상징하는 아이템이다.

 

1986년 개봉한 탑 건은 미 해군 항공부대 전투기 조종사들의 희망과 절망, 꿈을 담은 영화로 배우 톰 크루즈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한 미 해군 조종사의 모습에 이끌려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해군 입대를 지원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던 탑 건이 30여년만에 ‘탑 건:매버릭’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속편 개봉을 예고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무대는 바뀌었지만 감동은 그대로

 

‘탑 건:매버릭’이 원작과 다른 부분은 톰 크루즈가 탑승할 전투기다. 원작이 F-14 전투기가 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하는 과정을 첫 장면에서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을 압도했다면, 속편에서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 F/A-18 전투기가 그 역할을 맡았다.

 

1972년 미 해군에 배치된 F-14는 최대 190㎞ 떨어진 적기를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두 개의 엔진을 탑재해 속도와 기동성도 매우 뛰어나 냉전 시절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 과정에서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문제점이 지적되자 2006년 퇴역했다. 

 

미 해군 F/A-18 전투기가 항모 조지워싱턴 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F-14의 뒤를 이은 F/A-18은 1982년부터 미 해군에 배치돼 지금까지 일선을 지키고 있다. 지속적인 개량작업을 거쳐 현재 운용중인 최신형 F/A-18E/F는 다양한 무장을 갖춘 채 최대 3000㎞까지 날아갈 수 있으며, 기체 하부에 대형 급유탱크를 설치해 다른 항공기에 공중급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미 해군은 F-35C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2030년대까지는 F/A-18E/F를 운용할 계획이어서 ‘탑 건:매버릭’에 등장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당초 탑 건의 속편 제작이 알려지면서 F-35C가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2명의 조종사가 탑승할 수 없는데다 기술적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전문가를 태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톰 크루즈는 ‘탑 건:매버릭’ 촬영 시작 당일 트위터를 통해 F/A-18을 조종할 것을 알렸다. 트위터 캡쳐

원작과 유사한 부분도 보인다. 예고편 동영상에서는 항공점퍼를 입은 톰 크루즈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전투기와 함께 달리는 모습이 등장한다. 30여년 전 원작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속편에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원작의 향수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드론 전쟁 시대상 반영될까  

 

‘탑 건:매버릭’의 또다른 감상 포인트는 3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환경이 영화에 반영될지 여부다. 원작이 개봉했던 1980년대는 미 해군 항공부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F-14가 적 항공기와 싸우는 모습, 젊은 조종사들의 경쟁심과 로맨스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9.11 테러를 기점으로 프레데터나 리퍼를 비롯한 무인기들이 전장에서 활동폭을 넓혀가는 반면 유인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거의 벌어지지 않고 있다. 

 

공중전이 처음 벌어졌던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저공에서 프로펠러 전투기이 편대를 이뤄 서로를 가까이서 마주 보며 기관총을 쐈다. 비행기 엔진과 소재 등을 제작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고, 제트 엔진이 등장하고 나서도 한동안 이같은 원칙이 그대로 유지됐다.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상승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하지만 현대전에서 육안 관측에 의존한 공중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2015년 미 싱크탱크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65∼1969년 공중전에서 격추된 전투기의 65%는 기관포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1990∼2002년 공중전에서 기관포를 사용한 격추 비율은 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공대공미사일에 의한 것이었다. 레이더를 비롯한 탐지장비로 전장 상황을 인식한 뒤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의 공중전은 기관포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공중전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데다 격추된 항공기도 많지 않다. 2017년 6월 미 해군 전투기가 시리아 반군을 공습하던 시리아군 전투기를 격추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미군이 공중전을 통해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적기를 5대 이상 격추한 조종사에게 주어지는 에이스(ace) 칭호를 가진 조종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CSBA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공중전에서 격추된 전투기는 59대로, 대부분은 1990년 1차 걸프전 당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공군과 해군이 공중전에서 일방적인 우위를 차지했던 1차 걸프전 이후 미국의 적성국들은 공중전 시도를 하지 않았다. 2003년 2차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전투기를 사막에 감춘 것도 공군력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유인 전투기의 공중전 시대가 저물고 있는 상황에서 무인기는 전장에서 쓰임새가 늘어나는 추세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꺼려하는 미국 정치권의 기조에 맞워 미 공군과 중앙정보국(CIA) 등은 미 본토에서 수천㎞ 떨어진 곳까지 미사일을 탑재한 무인기들을 투입해 테러리스트 기지를 공습하고 있다.

 

미 해병대원이 투척식 드론을 띄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무인기 작전 소요가 증가하면서 미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보다 무인기 조종사를 더 많이 양성하는 실정이다. 미 해군도 2007년부터 핵추진항공모함에서 뜨고 내릴 수 있는 X-47B 무인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아직은 인간 조종사가 비행과정에 개입하고 있으나, 표적 식별 또는 공습과 같은 핵심 임무수행 절차를 실수없이 진행할 인공지능(AI)이 개발되면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무인기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인간의 판단 능력이 여전히 기계보다 우수하며, 전투기가 무인기보다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투기 조종사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탑 건:매버릭’에서도 무인기술과 유인 전투기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이 묘사될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에서는 “파일럿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멘트 직후 톰 크루즈의 “그럴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30여년 만에 새로운 전투기를 몰고 나타난 톰 크루즈를 앞세운 ‘탑 건:매버릭’이 무인기술과 유인 전투기가 혼재되어 있는 현재의 공중전을 어떻게 묘사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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