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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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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5 23:45:18 수정 : 2019-07-25 23: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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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광진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로써 서울 25개 자치구 중 현재 운영 중이거나 올해 개소를 앞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이하 평생교육센터)는 17개소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모든 자치구에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서 평생교육센터가 문을 열 때마다 감격스럽다. 개소식은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에게 ‘보낼 곳이 생겼다’는 안도의 눈물을 자아낸다. 지역사회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된 지역 사람, 중증의 발달장애인에게 헌신할 마음으로 나선 종사자 모두에게 개소식은 벅찬 감동의 시간이다. 발달장애인은 일상화된 차별과 배제를 받으며 살았다. 낱낱이 이해하기 어려워도 자신이 사회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이들도 모르지 않는다. 센터 개소식은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담긴 환대의 시간이다. 부모에게도 이 시간은 그동안의 서운함과 울분이 위로받는 순간이다.

김종옥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는 중증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곳이다. 애초 그들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사연이 있다. 발달장애는 장애의 영역에서는 중증에 속한다. 그중 장애 정도가 무거운 이들은 장애인의무교육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갈 곳이 없었다. 특별한 돌봄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어딘가에 다닌다는 게 불가능하기에 집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들에게도 스무 살 이후의 삶은 사회 속에서 살아야 하는 세월이다. 더 배워야 하는 시간에 집안에 틀어박혀야 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는 이들을 위한 곳을 만들어줄 것을 절박한 심정으로 요구했고, 시가 그 요구에 응해서 만들어진 곳이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이다.

 

‘평생교육의 혜택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이 배움의 기회와 돌봄을 제공받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며, 특화된 평생교육 과정을 제공해 사회적응과 자립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다.’ 이것이 평생교육센터의 설립목표이다. 물론 지금의 평생센터가 이것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16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3년 정도 됐다. 아직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초기 과정에 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 속 기대에 못 미치는 점도 있다.

 

처음 문을 열고 보니 40∼50대의 발달장애인도 들어왔다. 이 사회가 20~30년 동안이나 발달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의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중증의 발달장애인이 있다 보니 인권침해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부족한 지원도 늘 제기된다. 이곳에서 5년을 마친 이후 대안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평생교육과 관련한 전문가, 부모, 단체, 종사자를 포함 서울시 평생교육 태스크포스(TF)에서 치열한 논의를 하고, 대책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운영 경험치가 쌓이고 그것이 녹아든 완성형의 구축은 아마도 시간과 품이 많이 걸리는 일이겠다.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평생교육센터가 발달장애 성인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과 환대를 받으며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편입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소임을 도맡으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것이 유일한 모델이 아닌, 품위 있는 사회가 갖는 다양한 통합 모델 중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옥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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